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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상 창고

글쓰기회보의글1) 겨울연수를 기다리며

작성자교육자치|작성시간06.11.18|조회수9 목록 댓글 0
겨울 연수를 기다리며
최창의

나는 한 해 두 차례 열리는 글쓰기 연수 가운데 어쩐지 겨울 연수에 갈 때가 더 마음 설레고 즐겁다. 그것은 내가 글쓰기회에 맛을 들이게 된 ‘첫 경험’이 겨울 연수에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겨울 연수가 열릴 즈음이면 불암산의 첫 겨울 연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곤 한다.
그 대가 86년 1월경이었다. 코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 연수장인 서울 근교 ‘불암 유스호스텔’ 주변 산자락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겨울 숲의 풍치가 고왔던 그 곳에서 보낸 2박 3일은 참으로 신선하고 가슴 벅찼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회원들이 만든 문집이나 아이들 글이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울적해 보이고 자기들의 지도 방법만 고집하는 듯싶어 비위에 거슬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내 딴엔 꽤 질문도 자주 던지고 문제 제기도 많이 한 듯싶다.
그러나 밤이 새도록 끊이지 않던 토론에 끼어들면서 이것이 아이들의 삶을 참되게 가꾸고 지키려는 몸짓임을 깨우치게 되었다. 또 무엇보다 이 땅에 이토록 아이들을 제 몸처럼 사랑하는 동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교육 운동에 막 발을 디딘 나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듬뿍 안겨 주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얻고 배운 덕분에 그 해 겨울은 참 따뜻했다.
그로부터 거의 빠짐없이 글쓰기 연수에 다닌 지 어언 7년째다. 그 사이 올바른 교육을 해 볼 욕심으로 싸우다 해직되어 글쓰기 교육을 할 아이들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계속 글쓰기회를 찾고, 어느 모임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다. 우리 회원들은 어떤 이론을 앞세워 사람이 가져야 할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늘 정이 넘친다. 이 땅 교단 구석구석에서 그저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처럼 겨레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에 나서는 참 교사들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어찌 아니 즐거우랴!
내가 이처럼 우리 회원들을 만나는 일을 즐기면서도 다른 회원들도 나를 만나는 일을 즐거워할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해가 거듭될수록 이런 걱정은 더하다. 지난 여름 연수에서도 여러 선생님들이 자연과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하기 위해 눈물겹게 애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참 가슴이 찔렸다. 내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들려 줄 만한 노력과 실천이 없었기에 말이다. 결국 나는 우리 글쓰기회 동지들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좋은 이야기와 귀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던 게다. 이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마냥 얻고 배우고만 갈 게 아니다. 우리 글쓰기회와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한 달 뒤면 겨울 연수가 열린다. 더욱이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고양리 유스호스텔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맞게 된다. 고양리는 내가 처음 갔던 불암산만큼이나 아늑하고 오붓한 곳이다. 때맞춰 눈이라도 쌓이면 호젓한 겨울 산의 맛이 우러날 게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만날 아름다운 우리 동지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겨울 연수를 손꼽아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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