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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좋은 시

[백석] 단풍

작성자행복한사랑1|작성시간05.11.04|조회수361 목록 댓글 2
단풍

백석

빩안물 짙게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빩안情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빩안 우슴을 웃고
새빩안 말을 지줄댄다
어데 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야한다.
十月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十月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나무 깨웃듬이 외로히서
서 한들걸이는것이 기로다
十月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것이니 울어서도 다하
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지줄댄다 : 지껄여댄다
무색하다 :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다
띠몸 : 띠를 두른 몸
깨웃듬이 : 기웃듬이 얼굴을 내밀고 부끄러이 서 있는 나무의 모양을 나타냄.
기웃듬이는 약간 몸을 비스듬이하고 균형을 잡고 있는 모양, 돌출이 되어 기웃뚱이.
지지우리지 : 황홀할 정도로 환하게 빛나지

**
함흥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병풍처럼 둘러 싸인 산들이 빨간색으로 단풍이 들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활짝 트여진 벌판의 사과 과수원에는 빨간 홍옥이 달려 있어
더욱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특히 귀주사(歸住寺)의 단풍은 유명했다.
백석은 이를 <단풍(丹楓)>이라는 제목으로
37년 10월 「여성(女性)」지(誌)에 발표했다.
'가을의 표정'이라는 기획수필에
이 글은 거의 완벽한 시의 수준으로
문학성의 완성도에 있어서 그 높은 수준으로 인하여 여타의
다른 작가와 확연히 구별이 되었다.

운문이 산문의 경지를 능가하는 경우가
이러한 작품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가을의 표정'이란 부제가 붙은 이 시는 온통 붉은 눈,
붉은 마음으로 물들어 가을의 단풍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린다'는
그의 마음은 그렇게도
안타까우면서도 누구에 대한 감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어렵풋이 느낄 수 있다.

-백석시 전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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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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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행복한사랑1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1.04 1937년도 발표 시라 현재의 맞춤법과 다소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만, 매우 좋은 명시입니다
  • 작성자행복한사랑1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1.04 十月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것이니 울어서도 다하 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과연 기막힌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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