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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좋은 시

[손미] 해파리

작성자이명숙|작성시간26.06.05|조회수16 목록 댓글 0

해파리

손미


텅 빈 부케를 들고 입장했다
지금 나는 사라지는 걸까요
나타나는 걸까요

응급실에서 아이의 숨이 잠시 멈췄을 때
피가 다 빠져나가서
느려지는 몸을 흐물거리며
어떻게 나를 죽일까 생각했다

헬기는 비상착륙을 하려고 맴맴 돈다
우주로 보내는 구조요청
유골은 없고요
나는 여기 오래 있었어요
오래 있었는데요

서류 좀 보내주세요
증명
증명
증명
해봐요
카톡방에서 메시지들이 상승한다

보인다는 건 정말 무서워
그때 밖으로 나간 나의 유령은
더 투명해진다

내가 파먹은 나는
봉지를 들고 걸어가면서
찢어지는 것처럼

나는 이제 종이 앞에 가지 않는다
종이보다 얇아졌으므로
안 보이게 됐으므로

그래서 나는 끝나는 건가요 시작하는 건가요

증명할 수 없는
내가 계속 이어진다

아이가 안전가드를 넘어온다
피가 없는 밀랍인형을 들고 온다

조용히 떠다니는 영혼이 보인다는 듯
허공을 보면서 계속 손을 내민다

 

 

ㅡ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2026,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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