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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좋은 시

[정한지] 라일락 폐역

작성자海率/이도화|작성시간26.06.07|조회수42 목록 댓글 0

라일락 폐역

 

정한지

 

 

상동역 근처로 이사를 왔습니다

라일락이 피기 전에 떠날 준비를 하며 지냅니다

 

기차역에 가면 엄마가

아홉 살 내 손을 잡고 기차에 오를 것만 같습니다

청도 외가는 닿고싶은 곳이어서

졸다 깨도 물금역, 삼랑진역, 아직 밀양역

 

기차와 분냄새와 라일락이 섞인

아홉 살이 덜컹거리고

강을 따라 여름이 활짝 피었습니다

 

청색 기와집 방에 들어가면

없는 할머니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먼 곳에 가시면서

냄새 그림자를 두고 갔을까요

 

먼지 낀 장독을 닦고 또 닦고

장농 속 남겨진 옷을 품던 엄마는

"엄마, 엄마"

나 몰래 울먹이며 불렀습니다

 

할머니가 심어놓은 라일락 꽃향이 없어도

아궁이 불 땐 할머니 밥냄새 없어도

외가는 여전히 허리를 굽힌 할머니입니다

 

낡은 역사에 내린 사람들은

어떤 냄새를 찾아갔을까요

 

이따금, 놓친 것 잡고싶을 때

엄마처럼 나도

꽃이 피기 전에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곳의 모서리는 둥글다》, (신춘문예공모나라 작품집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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