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 댁
김수현
태양과 달은 밀물과 썰물을
조석으로 밀고 당기며
말간 갯벌을 게워낸다
생물들은 쉼 없이 숨구멍을 내며 고개를 내민다
봉두리에서 시집을 온 봉두 댁은
무릎 위로 고무장화를 끌어 올리고
양동이에 호미 한 자루 넣어 달그락거리며
동네 앞바다로 향한다
발목이 푹푹 빠지는 갯벌과
겨우 한 몸이 되려는 찰나
한나절 해는 봉두 댁의 곱슬머리 위로
납작 엎드려 지글거린다
호미보다 먼저 닿는
해풍으로 간간한 구슬땀에
낙지는 소스라치며 깊이 달아난다
저 멀리 밀물이 목전에 차오르는
찬 서리 목숨값을, 여러 해 지불했던
봉두 댁은
꺽꺽대는 숨통이 수평선을 지나는 것보다
행여나 자식들 입에 풀칠하지 못할까
빈 양동이 댕강거리는 소리에 자멸하며
묘연한 낙지의 행방을 쫓는다
*봉두 댁...저자의 어머니
김수현 유고 시. 에세이집 《사막화》, (커뮤니케이션 볼륨)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