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지방도시 근교에서 살고
허수경
지방도시 근교에는 비닐 하우스마다 한 개씩의 태양이 이글거리고 황화철로 삭아내리는 강과 공장과 사람은 살지 않으나 도시를 먹여살리느라 죽어가는 도시 근교가 있습니다
수은납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공존하는 곳
선거관리위원회가 있고 예비군 본부가 있고 주민등록을 옮겨간 사람들의 빈집이 있는 곳
여기는 가야터였고 난생(卵生)인 우리들은 불임인 채 행정구역 안에서 아버지는 수시로 도로교통법을 어기며 나는 수시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해명되지 않는 식물들과 곤충들이 자라고
아버지와 나는
살고 있습니다
ㅡ 시집『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실천문학사,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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