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
김길나
네가 황급히 떠난 자리, 두려워라
되짚어와 매만져졸 수조차 없으니
내가 너를 묻은 게 아니었다
네 안에 내가 묻힌, 너는 나의
무덤이었다 나는 네 울음에 갇히고
네 질탕한 웃음에 갇혔다
네 천진난만한 웃음은 해뜨면
햇발에 묻어나고 물을 뜨면
물방울에 어려 마음 가난한 네 모습을
그대로 생생히 떠올렸다
너는 내 안에서 살아나고
나는 네 무덤에 갇혔다
무덤 안은 몹시 어둡지
내가 눈멀어 너를 잘 보지 못한
無明의 어둠으로 하여 告解의 행렬 끝에
떨고 서 있는 나를 너는 보고 있니?
사람들이 흘러넘치는거리에서나
전동차 안에서도 어디에서나 네가
걸어나오고 어디에서나 너는 없었다
이승인지 저승인지 여기가 어딘지 분간이 안 되어
문득문득 발길을 멈춘 귀갓길
집에 돌아와 누우면 내 몸의 레일 위로
어김없이 기차 한 대가 지나가는, 사지가
뭉개지는 아픔, 절절 온몸에서 전류 흐르는 소리
네 기억으로 짜입은 내 폴리에스테르 옷은
속살에 닿기만 해도 번쩍번쩍 번개치고
뇌성으로 울었다
ㅡ 시집『빠지지 않는 반지』(문학과지성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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