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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좋은 시

[홍사성] 부목살이

작성자海率/이도화|작성시간26.06.16|조회수27 목록 댓글 0

부목살이

 

홍사성

 

 

퇴직하면 산속 작은 암자에서 군불이나 지피는 부목살이가 꿈이었다 마당에 풀 뽑고 법당 거미줄도 걷어내며 구름처럼 한가하게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요즘 나는 신사동 어디쯤에서 돼지꼬리에 매달린 파리 쫓는 일하며 산다 청소하고 손님 오면 차도 끓여내는데 한 노골이 보더니 굽실거리는 눈매가 제법이라 했다

 

떫은 맛 조금 가시기는 했으나 아직 덜 삭았다는 뜻인 듯해 허리 더 구부리기로 했다 들개처럼 지나온 길 자꾸 뒤돌아보면 작은 공덕이나마 허사가 될 것 같아서다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밥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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