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그 아름다운 간격
이선정
너와는 8처럼 살고 싶다
한 점에서 시작하여
다른 길로 가장 오래 걷더라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사이
밀어내던 각을 깎고
서로 둥근 방 하나씩 짓느라 애썼다
어느 날 허물어져 0이 되면 안 돼
꼭 허리만큼은 간격을 유지하자
각자의 방에서 투닥투닥 살다가
세월이 울룩불룩 한 날
허리에 모여 창을 열고
쌓인 눈물 털어내겠지
돌아가는 길은 크게 손 흔들고
가끔 새벽까지 불 켜진 너의 창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말없이
지켜보도록
꼭 한 사람,
너와는 8처럼 사랑하고 싶다
- 전자시집『낡은 초콜릿 공장』(디지북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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