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쵸와 룽다 깃발 위로 펄럭이는 經
김성신
구름이 물고간 피륙을 잇대어 걷는다
잠시 후, 수년 전에 스스로 자라난 겹겹의 적막
산맥은 자신의 위치를 지정한다
오색천이 엉키고 풀리고 다시금 펄럭이는
슬픈 함성
산마루에 생금 가루로 내려앉는 볕
그을린 빈손을 흔든다
새들이 더 이상 부풀릴 수 없는 소리의 협곡을 눈에 들여놓는다
비낀 벼랑과 가까워진 사람, 스스로 무너져 버리는
오래된 집
오체투지로 두 무릎과 손바닥 그리고 이마를
바람의 가슴에 포갠다
입술에 고인 침묵, 모래알들
표정을 잃어버린 바람이 사위에서 흐느낀다
아직 몇 구비를 돌아 더 가야 하나
오르막 위로 오르막이 첩첩이다
불현듯 활강하는 늙은 독수리
부리에는 살점의 시간이 물려있다
펄럭이다 사라지는 접힌 어깻죽지
입구를 넓힐수록 떠다니는 배낭들
자꾸만 낯선 이름을 되뇌는 귓바퀴
추렌히말은 아직 장면이 멀었다
이름을 뒤흔드는 일도 사경의 聞
빗장은 언제나 안에 있어
흰 눈이 고백처럼 쌓여있다
암석이 구르는 지점에서 비스듬 끼워 누워있던 밤
슬픔의 목소리 천천히 잦아들면
감은 눈이 또 다른 감은 눈으로 와
당신은 내곁에는 없고
비로소, 흩어져 어디에나 있게 되었다
깃발에 쓴 經을 거친 바람으로 넘는다
ㅡ계간 《시와사람》(2026,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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