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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늘 좋은 시

[박태일] 빗방울을 흩다

작성자선풍도골|작성시간26.06.23|조회수31 목록 댓글 0

 

빗방울을 흩다

 

박태일

 

 

그녀 웃자 그녀 쪽 유리잔이 떨렸다

그녀 고개 들자 내 잔 속 물이 떨었다

그녀와 나는 남남으로 만났고

그녀와 나는 남남으로 남는다

낮 두 시 찻집 베트남

그녀와 나는 할 말이 없다

창밖 인조 대숲에선 빗발이 글썽거리고

그녀 낮은 콧등처럼

그녀 외로움도 저랬을까

그녀를 두고 간 옛 남자의 반지 자국이

그녀 짧은 손가락 마디를 기어 나와

바깥 창 빗방울 잠시 흩는다

 

 

 

ㅡ 시집『풀나라』(문학과지성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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