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순수시
오 규 원
자유에 관해서라면 나는 칸트주의자입니다. 아시겠지만'
서로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나의 자유를 확장
하는,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남몰래(이 점이 중요
합니다) 나의 자유를 확장하는 방법을 나는 사랑합니다. 세
상의 모든 것을 얻게 하는 사랑, 그 사랑의 이름으로.
내가 이렇게 자유를 사랑하므로, 세상의 모든 자유도 나의
품속에서 나를 사랑합니다. 사랑으로 얻은 나의 자유. 나는
사랑을 많이 했으므로 참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
주 주택복권을 사는 자유, 주택복권에 미래를 거는 자유, 금
주의 운세를 믿는 자유, 운세가 나쁘면 안 믿는 자유, 사기를
치고는 술 먹는 자유, 술 먹고 웃어버리는 자유, 오입하고 빨
리 잊어버리는 자유.
나의 사랑스런 자유는 종류도 많습니다. 걸어다니는 자유,
앉아다니는 자유(택시를 타고 말입니다). 월급 도둑질하는 자
유, 월급 도둑질 상사들 모르게 하는 자유. 들키면 뒤에서 욕
질하는 자유, 술로 적당히 하는 자유. 지각 안 하고 출세 좀
해볼까 하고 봉급 봉투 털어 기세 좋게 택시 타고 출근하는
자유, 찰칵찰칵 택시 요금이 오를 때마다 택시 탄 것을 후회
하는 자유. 그리고 점심 시간에는 남은 몇 개의 동정으로 늠
름하게 라면을 먹을 수밖에 없는 자유.
이 세상은 나의 자유투성이입니다. 사랑이란 말을 팔아서
공순이의 옷을 벗기는 자유, 시대라는 말을 팔아서 여대생의
옷을 벗기는 자유, 꿈을 팔아서 편안을 사는 자유. 편한 것이
좋아 편한 것을 좋아하는 자유, 쓴 것보다 알콤한 게 역시 달
콤한 자유, 쓴 것도 커피 정도면 알맞게 맛있는 맛의 자유.
세상에는 사랑스런 자유가 참 많습니다. 당신도 혹 자유를
사랑하신다면 좀 들릴 수 있습니다만.
밖에는 비가 옵니다.
이 시대의 순수시가 음흉하게 불순해지듯
우리의 장난, 우리의 언어가 음흉하게 불순해지듯
저 음흉함이 드러나는 의미의 미망, 무의미한 순결의 몸뚱
이, 비의 몸뚱이들.....
조심하기를
무식하지도 못한 저 수많은 순결의 몸뚱이들.
** 오규원 시선 < 한 잎의 여자 > (문학과 지성사) 중
*** 풍자와 역설이 이 시대의 가슴 한복판을 부드럽게 찌르지만
예리하게 아픕니다. 누가 무슨 이름으로 우리의 자유, 우리의
순수시를 막을 수 있 겠습니까 !! 流 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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