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오복순
붉어지는 숲의 방향에서 들통난 거야
내 속에서 흘러나간 문장이
붉어 오는 방향이 아닌 붉어지는 방향을 선택한 거야
선택한 방향에서 어둠을 만나 전염병처럼 번지려는 거야
그러니까
비밀은 말이지
벤취에 앉아 소주병을 비울 때도 소주잔 안에서 걸어 나왔지
담배 연기는 그 무거운 언어를 어둠속으로
한참을 실어 날랐다고 했어
늙은 길고양이는 이 불안함을 저녁보다 먼저 주워 삼켰겠지
허공이 내 입을 열어 비밀을 훔쳐가고 있는 밤이다
타인의 시선이 슬쩍슬쩍 나를 훑고 지나간 하루
불안함이 몸 안쪽으로 파고 들어가는
대문을 들어서자 무너진 어깨에서 웃는 아내의 얼굴이
돌아갈 수 없는 어제를 기웃거리자
말은 서둘러 말을 가로막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밥숟가락을 들어 올린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