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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제 282회 詩하늘 시낭송회 동영상 3(초대시인 박숙경)

작성자글라디 이영희|작성시간24.05.21|조회수142 목록 댓글 3

 

김양미 사무국장님의 낭독입니다

 

 

감포종점

 

 

 

추령재를 지나면서부터야

 

포구에 닿으면

나머지 몸무게 절반이 또 사라지지

온 바다가 내 것인 양 풍선처럼 들떠 읍내를 통과해야 하네

 

감포종점은 그렇게 있지, 문득

막 고개를 돌리면 거의 지나쳤음을 아는 곳

밤이 깊어야 했지만 분명 한낮이었고

나도 모르게 마포 종점이 입술을 빠져나왔네

있을 리 만무한, 갈 곳 없는 밤 전차를 호출하는 사이

바쁜 자동차들은 녹슨 간판이 걸린 다방 거리를 지나쳐 가네

 

불행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고

오가는 사람들 눈에 담긴 무수한 기다림도 읽지 못했네

 

차들은 수평선 쪽으로 자꾸 달아나네

 

― 이다음 내가 지나가는 사람이 되면 궂은비 정도는 내려주겠지

 

포구 맞은편,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 구석진 자리 물 날린 비로드 의자 위에 쓸데없이 명랑해지는 엉덩이를 주저앉히고 퀴퀴한 냄새 따윈 모른 체하며 늙은 마담의 주름진 손으로 건네는 칡차나 마시면서 연락선 뱃고동 소리가 얼마나 서글픈지 들어보고 싶었네*

 

우연히 눈에 든 종점을 생각하면

첫사랑 하나쯤은 있어야 될 것만 같았네

어디서 나처럼 늙어가지 싶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변용

 

 

 

 

 

 

김임백 시인의 낭독입니다

 

 

 

혼자 울기 좋은 시간

 

 

 

와글와글, 추억을 꺼내도 되겠습니까

개구리처럼, 짝을 해도 되겠습니까 둥글게 둥글게

우기雨期가 맨발로 서성이는 새벽 세 시,

여전히 지구는 토란이 품은 잎처럼 생각을 밀어내는 시간입니다

 

날카로운 고양이 울음을 밀쳐내는 매미 소리

풀벌레 소리를 빈 병 던지는 소리가 지워버립니다

소리가 커지는 만큼 행복해져도 되겠습니까

 

도시에 살아야 사람의 무늬를 갖는다고 말하는 사람들

저마다 기대거나 비빌 언덕 하나쯤은 숨기고 있어야

숨 쉬기가 조금은 나을 듯 하다던가요

 

그런 언덕엔 가 닿을 수 없어요

 

새벽 문장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때

개구리는 개구리 소리에 기대고

사람들은 사람들의 소리에 기대어 살고

담쟁이에 담장이 기대어 살아도 될 텐데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들으며 슬픈 시 하나 읽어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이데아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OST <A Love idea>

 

 

 

 

 

김금주 낭송가님의 낭독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금계국 떠난 옆자리에 핀 기생초 꽃 피운 걸 보면

 

가뭄의 실개천에서 하루만큼의 목숨을 연명하는 왜가리와 마주치면

 

모노레일 위를 옮겨 다니는 까치들을 보면

 

큰물 지나면 허물어질 걸 알면서도 정성껏 돌탑을 쌓는 이의 손길이 느껴지면

 

수레국화 피었다 진 자리에 다시 수레국화 철없이 피어난 걸 보면

 

시멘트 담벼락을 잡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을 보면

 

걷다가 지칠 때 이마를 만지고 가는 몇 올의 바람을 생각하면

 

무엇에 쓰일까 싶어도 나비에게 무당벌레에게 꽃술을 내주는 꽃에 비하면

 

 

 

 

이지희 시인의 낭독입니다

 

 

그래서내가 있습니다

 

 

 

물고기가 자라납니다

팔거천은 어제보다 오늘 더 자랐습니다

 

어린 새가 나뭇가지를 건너다니며 지저귈 때마다

꽃은 피고 세상은 더 환해집니다

한 뼘씩 그늘을 넓혀가는 칠엽수를 안은 햇살을 사랑합니다

건듯 건듯 어깨를 지나는 바람을 사랑합니다

오후 볕을 핥는 열여덟 살 고양이를 사랑합니다

사랑이 범람이면 팬데믹을 건널 수 있을까요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간절함처럼

별빛을 당겨오는 일도 오래도록 간절해서

늘, 우리를 꿈꿉니다

 

기다림이란 말에 이미 익숙하지만

꽃 울고 새 피면 다시 주저앉고 싶어져서

더 그래서, 뜨거워지는 가슴으로

낯선 길엔 내가 있기도 가끔은 사라지기도 합니다

 

돌담에 기대어 가물거리는 산 너울을 보면 눈물이 나서

이화우梨花雨 흩날리는 돌배나무 그늘이 하 좋아서

오늘도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 나는 있습니다

 

 

 

 

 

이지희 시인께서 낭송에 이어

Foster 작곡 Beautiful Dreamer를 멋지게 불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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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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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양미 | 작성시간 24.05.21 고맙습니다.
    늘 수고 한가득입니다.
  • 작성자뚜버기/박종천 | 작성시간 24.05.21
    댓글 이모티콘
  • 작성자김임백 | 작성시간 24.05.21 이영희 선생님!
    동영상 녹화를 도맡아 수고해 주시고
    이렇게 올려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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