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특권의 숟가락 / 이담하

작성자리보솜|작성시간25.03.12|조회수10 목록 댓글 0

 

 

물질적 특권의 숟가락 / 이담하

 

 

 

음식과 입 사이를 옮겨 다니는 숟가락은

경제지표의 산물이지만

어느 부유한 왕조는

아직도 맨손으로 밥을 먹고 악수한다

 

세계에 절반이나 되는 사람들은 숟가락 없이도 살지만

흘리지 말라고 꾹꾹 담아 먹으라고

숟가락질을 가르쳤다면

끼니와 허기를 잊지 말라는 형편을 빗대어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안다는 말

어느 집은 숟가락이 너무 적어서 알려지고 어떤 집은

식구 수마다 넘치는 숟가락을 갖고 있어서 알려지지만

금수저만이 흙수저를 취미로 가질 수 있다

 

입보다 먼저 맛을 보는 숟가락

닳거나 부러져도 쉽게 버리거나 바꿀 수 없는

한 개의 수저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가끔 이빨과 부딪치는 빈 숟가락질 소리

문제는 목구멍이 아니라 숟가락

 

신이 유일하게 쥐여 준다는 숟가락

한 숟가락의 밥을 오래 씹으며

내 입이 축낸 숟가락을 생각한다

양손에 숟가락을 드는 일은 없겠지만

화수분처럼 밥이 보장된 숟가락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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