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중인 사회위 / 이담하

작성자리보솜|작성시간25.03.12|조회수12 목록 댓글 0

 

 

공회전 중인 사회위 / 이담하

 

 

 

위가 하나뿐인 종

내부가 서늘한 상자를 발명했다

손잡이를 중심으로 열린 내부에는

열대 지방과 한랭 지역에서 온 것들로 차 있어서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계절을 저장하거나

며칠 지난 입맛이 윙윙대는 지루한 정체

부패의 속도로 따뜻한 음식을 식히는 칸칸마다

만년설의 한 귀퉁이를 채워 넣는 시간

죽은 것들이 지독하게 정체되는

냉동실을 뒤지면 매머드의 갈빗살과

이누이트족이 물범을 겨누는 총구의 오른쪽 눈알

팔부 능선에서 돌아오지 못한

어느 산악인이 석양을 바라보면서

지금도 졸고 있을 것 같은 영원의 시간

영하 18도로 흐르는 지난여름이

감쪽같이 임계온도로 얼어 있다

 

좋게 보면 구황 사물인 사회위

갈수록 소음이 심해져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소리에 놀라는 요즘

영하 18도의 정체 구간에서

위가 하나뿐인 공간 구성원들에게

죽은 것만 공급 중인 사회위는

전원이 나가면 상할 수가 있어서

공회전 중

 

 

*사회위(社會胃): 개미에게 있는 두 개의 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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