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 중인 사회위 / 이담하
위가 하나뿐인 종
내부가 서늘한 상자를 발명했다
손잡이를 중심으로 열린 내부에는
열대 지방과 한랭 지역에서 온 것들로 차 있어서
스스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계절을 저장하거나
며칠 지난 입맛이 윙윙대는 지루한 정체
부패의 속도로 따뜻한 음식을 식히는 칸칸마다
만년설의 한 귀퉁이를 채워 넣는 시간
죽은 것들이 지독하게 정체되는
냉동실을 뒤지면 매머드의 갈빗살과
이누이트족이 물범을 겨누는 총구의 오른쪽 눈알
팔부 능선에서 돌아오지 못한
어느 산악인이 석양을 바라보면서
지금도 졸고 있을 것 같은 영원의 시간
영하 18도로 흐르는 지난여름이
감쪽같이 임계온도로 얼어 있다
좋게 보면 구황 사물인 사회위
갈수록 소음이 심해져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소리에 놀라는 요즘
영하 18도의 정체 구간에서
위가 하나뿐인 공간 구성원들에게
죽은 것만 공급 중인 사회위는
전원이 나가면 상할 수가 있어서
공회전 중
*사회위(社會胃): 개미에게 있는 두 개의 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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