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면 다 빨래 / 이담하
손과 발을 떼어 놓고
한 통 속에서 돌았던 토르소들
막 섞여도 근친이 아니어서
비난받을 수 없는 옷
입고 있다가 젖으면 다 빨래다
스스로 물살의 시간을 견뎌 온 빨래
뼈가 없어서 쉽게 구겨질 뿐,
이 세상에 마르지 않는 빨래는 없다
마르면서 줄어드는 품보다 기장,
작년에 입었던 옷이 감쪽같이 줄어드는
빨래의 연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개발이 덜 된 지역에서는
아직도 빨래를 개 패듯이 팬다고 한다
투쟁과 저항이
방망이질에서 유래됐다는 설은
덜 마른 빨래를 두드리는 눅눅한 고백으로
아이 셋 낳을 때까지
주면 안 되는 날개옷도
입고 있다가 살만 빼면 다 빨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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