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면 다 빨래 / 이담하

작성자리보솜|작성시간25.03.12|조회수15 목록 댓글 0

 

 

살만 빼면 다 빨래 / 이담하

 

 

 

손과 발을 떼어 놓고

한 통 속에서 돌았던 토르소들

막 섞여도 근친이 아니어서

비난받을 수 없는 옷

 

입고 있다가 젖으면 다 빨래다

 

스스로 물살의 시간을 견뎌 온 빨래

뼈가 없어서 쉽게 구겨질 뿐,

이 세상에 마르지 않는 빨래는 없다

마르면서 줄어드는 품보다 기장,

작년에 입었던 옷이 감쪽같이 줄어드는

빨래의 연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개발이 덜 된 지역에서는

아직도 빨래를 개 패듯이 팬다고 한다

투쟁과 저항이

방망이질에서 유래됐다는 설은

덜 마른 빨래를 두드리는 눅눅한 고백으로

아이 셋 낳을 때까지

주면 안 되는 날개옷도

 

입고 있다가 살만 빼면 다 빨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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