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 두었던 슬픔 / 이담하
껍질을 벗기면 차가운 바람이 훅,
겨울 동안의 슬픔이죠
겹겹이 된다는 것, 오래 참고 참았다는 뜻으로
나를 벗기지 말라는 말엔
당신을 먼저 울게 할지도 모른다는 말
한 칼에
몇 겹의 옷을 한 번에 벗는 양파 속에는
당신이 맡겨 두었던 슬픔이 있죠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있는 나를
강제로 자르지 않는다면 당신은 슬프지 않아요
아삭거리는 식감을 탐내는 당신,
나를 함부로 먹는다면 당신은 속이 쓰릴 수 있어요
뽀얀 눈물은 나를 그냥 두라는 말
오히려 당신은 당신의 손버릇에 부끄러워 울 수도 있지만
나를 그냥 놔둔다면
당신이 맡겨 두었던 슬픔 때문에 울게 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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