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침묵 / 이담하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일,
3초면 가능하죠
3초 지나면 머쓱,
마치 빨간색 볼펜 같죠
각자의 말에는 색깔이 있다는 말 들어보셨죠
캄캄한 귀를 고집하신다고요
3초의 침묵,
세상에서 가장 긴 대답일 수도 있어서
그땐 입을 열고 혀의 색깔을 확인하는 거죠
침묵은 잉크가 떨어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유언이 흐릿한 이유도 마지막 잉크를 짜내어 쓰기 때문에
모두 자기 색깔이라고 우기는 거죠
묵비권이 철저히 개인용 대화라면
똑딱똑딱 펜을 열고 닫듯 추궁은 공용어일까요
작은따옴표 속에 있던 말을 큰따옴표로 옮겨 와도
갇혀 있는 것은 마찬가지죠
하고 싶은 말 입속에서 몇 바퀴를 도는 동안 중화되지 않죠
점줄로 되어 있는 대화체 침묵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서……
툭툭 던져 놓고 무신경했던……
그냥 놔두어도 언젠가는 발아될 말의 씨앗이죠
입속에 쌓이거나 목구멍에 걸릴 때가 있는 말의 씨앗
봄은 언제 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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