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풀리는 사람들 / 이담하

작성자리보솜|작성시간25.03.12|조회수7 목록 댓글 0

 

 

잘 풀리는 사람들 / 이담하

 

 

 

단단하게 집 한 채를 뭉쳤다는 지인의 집에

잘 풀리는 집을 사들고 갔다

 

어떤 날은 30m, 어떤 날은 50m씩

고성능 전파 탐지기로도 잡히지 않는 우주로

풀려나갈 것이다

 

지구의 뒤처리로 쓰러트린 나무들

우주를 향해 자라는 발사체들처럼

잘 풀리는 집일수록

동그란 휴지심만 남는 지구의 밑은

부드러움에 익숙해져서

더 부드럽고 더 향기로운 것을 찾는 요즘은

두 겹보다 세 겹을 선호하는 추세

 

한 모숨씩 박음질된 숲을 풀어 찢을 때마다

일 년 내내 꽃향기가 나지만

어떤 나비도 날아오지 않는 숲을

식구 수대로 매일매일 잘 푸는데

꼬였다는 것은 어딘가가 뭉쳤다는 것

 

뭉쳐진 것이 풀리기 전이라면

미래는 잘 풀리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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