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길은 멀다 / 장석주
| 배신자들은 상대가 나약할 때 본색을 드러낸다. 배신자는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베어야 후환이 없다. 매봉역에서 도곡역까지 그 길고 긴 사막을 낙타 한 마리가 걸어간다. 과육이 두툼한 자두 하나를 다 씹어 먹는다. 자두는 껍질이 붉고 속살도 붉다. 해남은 여기서 참 멀다. 대개 심한 낭비벽을 가진 아들 뒤에 인색한 아버지가 있다. 떠도는 것들은 비애의 피를 갖고 있다. 바람은 물비린내를 실어 나르고 풍문을 기른다. 너는 풍문에 약해! 풍문에 약하다는 건 정신이 취약하다는 증거! 몸에서 정신이 나는 것이니 새벽마다 냉수마찰이라도 하자. 낙엽송들이 잎을 떨군다. 기후가 악화되니 사람들이 날로 포악해진다. 해남 길로 떠날 날을 가만히 꼽아 본다. [절벽],세계사,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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