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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길은 멀다 / 장석주

작성자박선우|작성시간26.06.20|조회수8 목록 댓글 0

해남길은 멀다 / 장석주

 

배신자들은 상대가 나약할 때
본색을 드러낸다.
배신자는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베어야 후환이 없다.
매봉역에서 도곡역까지 그 길고 긴 사막을 
낙타 한 마리가 걸어간다.
과육이 두툼한 자두 하나를
다 씹어 먹는다. 자두는 껍질이 붉고
속살도 붉다.
해남은 여기서 참 멀다.
대개 심한 낭비벽을 가진 아들 뒤에
인색한 아버지가 있다.
떠도는 것들은 비애의 피를 갖고 있다.
바람은 물비린내를 실어 나르고
풍문을 기른다. 너는 풍문에 약해!
풍문에 약하다는 건
정신이 취약하다는 증거!
몸에서 정신이 나는 것이니
새벽마다 냉수마찰이라도 하자.
낙엽송들이 잎을 떨군다.
기후가 악화되니 사람들이 날로 포악해진다.
해남 길로 떠날 날을 가만히 꼽아 본다.




[절벽],세계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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