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백성 굶주려 슬픈 나라였다
함경도는 왕실에서 멀어 허기진 눈빛 보이지 않았다
굶주림을 탈출할 길은 막막했다
무산의 기막힌 사내*
경흥의 서러운 사내**
함경도 농민 열 세 가구 이끌고
1863년, 국법 어기고 월경 감행했다
목숨 건 월경이었다
달빛은 설원을 서럽도록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지친 그림자 설원 위에 흔들리고 흔들렸다
설원은 아득하고 아득했다
살아서 이 행로를 끝낼 수 있을지
수리부엉이 달빛 차고 날아올랐다
등에서 잠들었던 아이 깨서 칭얼거렸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설화는 국경 넘지 못했다
감각이 사라지면서 뜨거운 열기가 언 발에서 솟았다
그것이 힘이었다
걸어도 걸어도 길은 설원에 머물러 있었다
두 사내는 말이 없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생의 마지막 길이라고 믿었다
서로에게 믿음 보내며 죽음도 함께 하자고
살아서 함께 하는 길이라면
축복처럼 살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무산의 최원보
** 경흥의 양응범
몇 십 마장을 걸었으니
월경죄로 죽지 않아도 될 듯 싶었다
설원의 끝은 나지막한 능선이었다
그리고는 기적처럼
꿈결처럼 북으로 산줄기가 이어져있었다
죽음처럼 몰려오는 잠을
흔들어 깨우며
차고 서러운 밤을 밀어냈다
잠들고 싶었다
잠들어 눈 쌓인 벌판에 스며들고 싶었다
두 사내는 서로의 목숨을 일으켜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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