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신화와 종교를 보면 인간에 대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가장 일관된 메시지, 즉 경종은 바로 인간의 ‘오만’이다. 인간의 오만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망각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신과 자신을 동등시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카로스의 추락 (루벤스 작)
1. 이카로스
이카로스의 신화.
다이달로스가 만든 밀랍 날개로 미궁을 탈출하던 이카로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른다. 이카로스의 문제는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얼마든지 날 수 있다”는 착각으로 확장한 데 있었다.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에 가까이 가다가 태양의 열로 날개는 녹아내리고, 바다로 추락해 죽는다.
이 신화에서 중요한 점은 이카로스가 신을 모독하거나 도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연 질서, 즉 신이 만든 법칙을 초월할 수 있다고 믿은 교만, 이카로스는
오늘날 기술 만능주의, 과도한 혁신 신화의 원형으로 읽힌다.
2. 아라크네
아라크네는 뛰어난 직조술로 명성을 얻지만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신(아테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한다.
“나는 신에게 배운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재능이다.”
심지어 아테나와의 직조 대결을 요청한다. 기술적으로 아라크네는 결코 뒤지지
않았으나 그녀의 오색직물은 신들의 추문과 위선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
결국 아테나의 분노를 산 아라크네는 거미로 변해 영원히 실을 짜는 존재가 된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앵그르 작)
3.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비극에서 가장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성의 승리자였다. 그래서 그는 믿었다. “나는 내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라는 신탁을 피하려는 그의 모든 선택은
결국 신탁을 실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는 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뒤, 나중에 진실을 깨달은 그는 스스로의 눈을 찌른다.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를 보면 자신의 이성을 극도로 과신한 오이디푸스왕이 스스로
비극의 길을 가는 과정이 세세히 묘사되어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신은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 왕의 오만 자체가 스스로의 파멸을 완성한다.
바벨탑 (브뤼헐 작)
기독교에서도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는 그 대표적인 사례는 ‘바벨탑의 건설’이다.
구약성경 창세기를 보면 “또 말하되,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라.”(창 11:40)“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은 하늘에 닿을 정도의 높은 탑, 즉 바벨탑을 쌓으려다 하나님의 벌을 받아
인간을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뿔뿔이 흩어진다.
인간의 오만 중에 가장 치명적인 오만은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라는 것이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런 오만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지 모른다.
모든 과학기술은 동전의 양면같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칼이라는
도구는 요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자동차는 신속한 이동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자동차 사망 사고와 환경 오염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문제는 인간이 통제 가능하다. 그런데 핵 문제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심각해진다. 핵은 원자력 발전과 같이 전기발전에 기여하지만 핵폭탄이라는
절대절명의 무기도 만든다.
그런데 인공지능 AI의 개발에 와서는 핵무기보다 더 심각한 통제의 문제에 직면한다.
요즘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획기적인 생산성의 향상이 기대되는 반면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이미 각 회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 암과 같은 난치병을
해결하고,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부작용도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수준,
즉 특이점을 돌파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열등한 존재(인간)가 자신보다 더
우월한 존재(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인간의 치명적 오만, 즉 휴브리스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순간, 즉 특이점을 돌파하는 순간이 언젠가
올 것이다. 그때에도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은 오만이고
그 오만의 대가는 인류 전체의 운명을 위협할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새끼 사자에 비유한다.
새끼 사자의 경우 우리가 통제할 수 있지만, 만약 성장한 사자가 계속 인간의 통제하에
있을지, 아니면 인간을 공격할지 아무도 모른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2016년 케임브리지 연설 등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공적으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우리 문명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위험을 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