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산막이 옛길)
◇신록의 계절, 6월을 맞으며◇
어느새 계절은 조용히
초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섰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둣빛으로 수줍게 피어나던 나뭇잎들은
이제 짙고 깊은 초록으로 무성해졌고,
산과 들은 생명의 숨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으며,
햇살 또한 봄날의 여린 온기를 지나
조금은 뜨거운 생명의 기운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신록의 계절, 6월입니다.
6월의 초록은 참 특별합니다.
봄의 초록이 설렘이라면, 6월의 초록은
살아 있음의 깊이처럼 느껴집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세월을 견디며 자라온 생명의 힘이 담겨 있고,
눈앞에 펼쳐진 푸른 풍경 속에는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시간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괜스레 마음도 조금 차분해집니다.
바쁘게만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도
문득 걸음을 늦추고 하늘 한 번 바라보게 되고,
짙어진 녹음 아래를 천천히 걷다 보면 복잡
하던 마음도 어느새 고요해집니다.
삶이라는 것도 어쩌면
계절을 닮아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봄날처럼 뜨겁게 설레던 시절이 지나면,
6월의 신록처럼 조금은 깊고 조용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빛깔로 살아가는 나무들처럼,
우리의 삶 또한 세월 속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조금씩 깊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6월의 숲길을 걷다 보면
초록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위로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며, 다시 살아갈 힘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지치고 메마른 마음 위로 조용히 내려앉아
“괜찮다”고 말없이 등을 토닥여 주는
따뜻한 손길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록의 계절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를 애써 이루지 않아도, 그저 바람을 느끼고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조금은 넉넉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6월은 그렇게 우리 마음속에도 푸른 잎을 틔워 줍니다.
무뎌졌던 감성을 깨우고, 잊고 지냈던 여유를 불러오며,
삶의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이제 곧 더 뜨거운 계절이 다가오겠지만,
6월의 초록만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 것 같습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나뭇잎들,
바람 따라 흔들리는 숲의 향기, 그리고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 벅차던 순간들까지.
신록의 계절, 6월을 맞습니다.
부디 이 푸른 계절 속에서 우리의 마음 또한 메마르지
않고, 삶의 무게에 지치더라도 다시 일어설
작은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초록이 깊어가는 만큼
우리의 삶도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지기를,
그리고 남은 날들 또한 6월의 숲처럼 싱그럽고
평안하기를 조용히 소망해 봅니다.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