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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논술 (6월23일 화요일 평가분)
# 1. 소풍, 학교운동장 사용 등 초중고 학생들의 교외활동과 신체 활동이 학부모들의 민원 제기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와 학교 주변 주민들의 민원 제기 등으로 제약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감 후보들이 공약에 포함하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하라.
학교가 점점 '무균실'이 되어 가고 있다. 사고 위험을 이유로 소풍을 줄이거나 소음 민원을 피하려 운동회를 축소한다. 심지어 패배감마저 피해야 할 위험으로 여겨지면서 운동회는 승패를 가리지 않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안전을 중시하는 태도 자체를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모든 위험과 마찰, 경쟁과 불편을 제거한 학교가 과연 더 나은 교육의 공간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교육학자 존 A. 셰드는 “항구에 정박한 배는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인생엔 '무균실'이 없다. 아이들은 친구와 부딪치고 낮선 장소를 경험하며 이기고 지는 과정을 지나 공동체의 규칙과 회복의 감각을 배운다. 학교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어떤 위험을 감당하고, 그 책임을 사회가 어떻게 나눌 것인지 답해야 할 때다.
거시적 원인은 교육활동의 위험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책임에 있다. 수학여행, 운동회는 교육과정의 일부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는 민원 대응, 감사, 징계, 소송 가능성까지 감당해야 한다. 특히 현장체험학습 사고에서 인솔 교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들은 학교 현장에 강한 위축 효과를 남겼다.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하는 상황에서 모든 돌발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하긴 어렵다. 그런데도 사고 이후 책임이 개인에 집중되면 학교는 교육적 필요보다 법적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이에 학교는 체험학습을 줄이고 운동장 활동을 제한하는 방어적 선택으로 기울게 된다.
미시적 원인은 양육 불안이 ‘내 아이’ 중심의 민원으로 표출되는 데 있다. 저출산으로 한 아이에게 가족의 기대와 불안이 집중되면서 작은 사고와 실패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학교폭력 대응과 아동학대 신고를 둘러싼 불신이 쌓이면서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관계도 취약해졌다. 여기에 보육기관과 사교육 시장에서 익숙해진 소비자적 경험이 공교육에도 옮겨오며 학교를 '내 아이'가 충분한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하는 서비스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 결과 학부모의 공적 참여는 약해지고 내 아이의 불편을 둘러싼 개별 요구는 커졌다. 운동회의 승패, 생일파티 초대 여부, 상장 수여 방식까지 민원의 대상이 되는 흐름은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학교 주변 주민의 소음 민원까지 더해지며 학생들의 활동은 교육적 가치보다 개인의 불안과 생활 불편이라는 잣대 앞에 놓이게 됐다.
해법은 책임을 공적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교외활동을 회복하려면 교사 개인에게 더 큰 사명감이나 주의 의무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사고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육청이 나서서 피해 확인, 학부모 설명, 대응 절차, 교원 보호를 함께 맡는 공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체험학습에는 안전요원과 보조 인력을 충분히 배치해 교사 한 명에게 수십 명의 학생 안전을 맡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민원도 담임 개인이 직접 떠안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육청의 공식 창구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책임을 나누는 제도가 마련될 때 학교는 다시 아이들에게 교실 밖의 배움을 열어줄 수 있다.
학교를 둘러싼 신뢰도 함께 회복해야 한다. 학부모는 학교 활동을 ‘내 아이’가 다치거나 상처받지 않아야 하는 문제로만 판단하기보다 아이들이 갈등과 경쟁, 협력을 경험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공적 과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민 역시 운동회 소음과 학생들의 활동을 생활 불편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교육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안전이 교육활동을 멈추게 하는 이유로 쓰여선 안 된다.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는 데 있지 않다. 넘어지고 부딪치면서도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주는 데 있다.
# 2.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의료개혁 등 4대 사회대개혁을 추진했지만, 어떤 개혁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사회개혁을 평가해보고 이재명 정부가 사회개혁을 추진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논하라.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청년 지식인 박달성은 지식인 엘리트와 민중의 결합에 의해서만 새로운 국가와 문명건설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정부와 시민, 무산자와 유산자가 상호 협동하는 공동체라면 사회의 발전을 이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은 정부가 방향을 설계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은 기존 제도의 변화로 인해 실제 부담을 지고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동의와 협력이 있을 때 비로소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을 펼쳤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의료개혁 등 4대개혁을 국정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교육격차, 연금 고갈, 지역의료 위기는 모두 실제 문제였고 문제진단은 대체로 맞았다. 노동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말했지만 노동자의 불안을 설득하지 못했고, 돌봄과 교육격차 해소를 내세웠지만 학교 현장의 준비와 재정 논의가 부족했다. 연금개혁은 지속가능성이 필요했지만 세대 간 부담 배분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으며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려 했지만 의료계와의 신뢰 형성 없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였다.
정부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 개혁을 감당해야 할 시민과의 합의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추진 방식의 실패다. 개혁을 하려면 왜 지금 해야 하는가, 누가 어떤 부담을 지는가, 그 대신 어떤 이익이 돌아오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상과 안전장치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고 결국 사회적 합의 없는 구조개혁으로 추진되면서 개혁의 동력을 잃고 갈등만 확대된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개혁은 일방적 추진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연금개혁은 정당 간 협상과 사회적 설득 과정을 거치며 장기적 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물론 스웨덴의 정치적 조건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례는 개혁이 정부의 선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시민과 현장 주체의 동의를 통해 추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가 사회개혁을 추진할 때에는 개혁의 속도보다 사회적 합의의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 개혁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이 아니라, 정책 엘리트와 시민이 함께 부담과 책임을 나누는 과정일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 3. 고령화 추세의 현실에 맞게 노인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거나,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해라.
한국은 2025년부터 65세 이상이 총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갈수록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현 사회에서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노동 재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방면에서 나는 정년 연장에 대해 동의한다. 하지만 단순히 연령 기준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정년 연장에서 소외된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6년 5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약 26만 명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의 인구도 7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100만 명 가까이 되는 청년이 노동시장 밖에서 최악의 고용 한파를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외치지만 계속해서 실업률이 7%대에 머물며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중장년에게 혜택이 가는 정년 연장을 밀어붙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지금의 65세 정년 연장은 세대 모두에게 공정한 ‘조건부 형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면 기존의 법정 정년인 60세 퇴직 이후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이때 재고용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처우가 아닌 계약직, 촉탁직 형태로 처우를 낮춰 기업에게 가는 재정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재정적 부담이 낮아지면 이는 다시 신규 청년 고용 기회로 이어져 정년 보장과 청년 고용의 기회가 동시에 확보 가능하다. 물론 퇴직 후 재고용의 형태는 소득 공백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 중 하나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정년연장이 적용되었을 때보다 퇴직 후 재고용의 형태로 처우가 바뀌었을 때 임금이 30% 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그렇기에 중장년의 입장에서는 노동의 권리가 침해받는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는 제쳐두고 중장년의 퇴직 이후의 삶만을 신경쓰는 지금의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한쪽의 처우만을 중시하는 제도는 결국 다른 한쪽에서 불평등과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 문제는 같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이기에 조건부식 정년 연장의 제도가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라고 말했다. 각자의 가치에 비례하여 몫이 분배될 때 정의가 실현된다는 뜻인데, 청년과 중장년 모두에게 알맞은 몫이 분배될 때 노동 시장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 4. AI 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 것인가, 디스토피아로 만들 것인가를 논하라.
1890년대 영국에서 사상 최초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재판부는 ‘우연한 사고’라며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당시 자동차 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가 미비했던 탓이다. 그 후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기까지 30년, 안전벨트가 의무화되기까지는 80년이 걸렸다. 이는 기술과 제도 사이의 시차를 시사한다. AI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가 수많은 사고를 낳은 동시에 이동 혁명을 이끌었듯, AI 역시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지닌 양날의 검이다. 핵심은 기술과 제도 간의 시차를 줄여 위험성을 통제하는 데 있다.
AI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인류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했다. 예컨대 2024년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의 주인공도 AI였다. 과학자들은 AI를 활용해 단백질의 비밀을 풀어 신약 개발 등 인류의 발전과 관련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었다. 생산성 증대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대한민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은 경제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인구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AI 기술이 그 해법이다. 한 예로 LG디스플레이는 품절 분석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품질 분석에 걸리는 시간이 2주에서 3일로 단축됐고, 비용 절감 효과는 연 2천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AI의 탁월함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기만하는 데 악용된다는 점이다. AI의 높은 생산성은 고용 붕괴로도 이어진다.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가 단순노동을 대체하고, 챗GPT가 신입 회계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식이다. 단순 반복 직종을 주로 담당하는 청년층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실업과 소득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나아가 AI는 가짜 뉴스의 위험을 증폭시킨다. 배우 김수현 사건이 한 예다. 가해자는 AI 기술로 음성 파일을 조작해 여론을 호도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서는 자신의 폭격을 과장하거나 피해를 감추기 위한 AI발 가짜 사진과 영상이 심리전의 도구로 동원되기도 했다. 기술의 진보가 선동과 결합할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교통법규와 안전장치로 자동차의 위험을 통제했듯, AI 역시 새로운 규범과 책임 체계가 필요하다. AI 도입에 따른 초과 이익의 일부를 징수하는 한국형 로봇세 담론을 구체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를 재원으로 취약계층의 선제적 직무 전환과 고용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 원칙도 명확히 해야 한다. 주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에게 조작 범죄 증거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제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 AI 기술이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의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열어갈 미래의 향방은 이를 설계하고 통제할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5. 스타벅스가 마케팅 수단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사태의 근본 원인과 해법에 대해 논하라.
46년 전 5월의 기억이 살아있는 2026년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텀블러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홍보 페이지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함께 실렸다. 회사 측은 제품명을 활용한 단순 프로모션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탱크' 문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이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의 허위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해당 사태는 단순 기업의 실수라는 해석을 넘어선다. 본질은 마케팅이 우연인지 의도인지를 판가름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기업 내 검수 체계가 역사적 맥락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토양은 이미 사회 안에 깊이 마련돼 있었다.
정용진 회장의 극우적 행보를 짚어보면 이번 사태가 '과연 우연이었을까' 라는 질문이 남을 여지는 있다. 그는 2022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 해시태그를 반복적으로 사용했고 '공산주의가 싫다', '승공통일' 등의 표현을 일상적인 SNS 콘텐츠로 소비해왔다. 다만 과연 자회사의 마케팅 검수 과정이 그룹 총수까지 닿았을지를 생각해보면 그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그의 행실이 논란의 진폭을 키운 것은 맞지만 이번 사태의 시초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에서 제안한 것으로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보고라인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여러 단계의 검수이 있었지만 아무도 해당 표현의 역사적 맥락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지 못했다. 역사적 감수성이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결과였다.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극우의 언어가 처음부터 혐오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시아 밀러 이드리스가 저서 ‘극우는 어디서 태어나는’ 에서 지적하듯,그 메시지는 농담, 밈, 해시태그처럼 가볍고 무해해 보이는 형식을 빌려 역사 왜곡과 조롱을 숨긴 채 유통된다. 상징어로 변형된 언어는 의미 해석의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책임의 경계를 흐린다. 무엇을 의도했는지보다 '그렇게 읽힐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되는 순간, 표현은 규제와 비판의 사각지대로 미끄러진다. 그 틈을 타 2019년 무신사의 박종철 열사 연상 문구, 2021년 GS25의 집게손가락 의혹, 2026년의 탱크 데이 논란이 반복돼왔다.
사각지대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빠르게 넓어졌다. 한때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 안의 내부 암호처럼 통용되던 표현이 이제는 일상의 결을 오염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일베로 추정되는 남녀가 'ㅇㅂ' 손가락 모양으로 인증샷을 남긴 것은 그 과감함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준다.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은 감정적 반응을 끌어내는 콘텐츠를 우선 확산시키는 구조를 갖는다. 그 속에서 수신자는 자신이 특정한 세계관에 물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언어에 익숙해진다. 익숙함은 경계심을 무디게 하고 무뎌진 감각은 오염을 방치한다. 극우의 언어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그것을 위험으로 감지하는 감각이 사회 전반에서 무뎌진 것이다.
해법은 오염의 경로를 역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기획 단계부터 역사적 맥락을 점검하는 내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그 기준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규범으로 작동해야 한다. 감수성은 개인에게 맡길 때 가장 쉽게 누락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역사적 감수성을 사회적 기준으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역사를 가르치기 전에 학교와 사회가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은, 감각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는 오염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염을 막는 힘은 그 언어를 알아보는 감각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생겨난다.
# 6.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도입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밀려오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피할 수 없다”면서 ‘창업’과 ‘기본소득’을 해법으로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로마의 통치술이었다. 시민에게 식량과 오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체제에 대한 저항이 줄어든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 기반의 강화 없이 이루어진 시혜적 분배는 결국 재정 악화와 시민의 자립 의지 약화로 이어졌다. 이후 '빵과 서커스'는 일시적 부를 휘발성 복지로 소진한 사례의 상징이 됐다. 최근 AI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도 일시적 부에 해당한다. AI 시대에 따른 일시적인 추가 세원을 기본소득과 같이 직접적인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은 과거 로마의 실수를 답습하는 일이다.
초과세수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국내 공공연구기관 신입 정규직 이공계 박사 연봉이 평균 4,8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정부 통계가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핵심 인재를 빨아들이는 동안, 경직된 예산과 임금 체계에 묶여 있는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한국의 핵심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핵심 인재를 꾸준히 길러내지 못한다면, 지금의 반도체 호황도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는 일시적 세수를 현금으로 뿌리는 선심성 정치가 아니라, 기술 주권을 지킬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분배의 원칙에 있어야 한다.
특히 AI 전환기는 산업 구조 자체의 재편이라는 점에서, 현금 지원만으로는 노동자의 기술 전환 비용을 해결할 수 없다. 과거 ATM은 입출금 같은 반복 업무만 자동화했기 때문에 은행원의 핵심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고, 오히려 점포 확대를 통해 고용 유지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모바일 뱅킹의 등장은 창구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 자동화는 인간 노동을 보완하지만,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신은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AI 전환기는 단순히 ATM처럼 기존 질서가 유지되는 자동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신에 해당한다. 노동자의 재교육과 산업 전환 역량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가장 모범적인 선례로는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 모델이 있다. 덴마크는 실직자에게 두터운 소득 보전과 함께 강력한 재취업 교육을 제공했다. 그 결과 직장을 잃은 노동자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가 확보할 초과세수 역시 이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최고급 이공계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공공 R&D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자 AI 전환 교육 투자를 늘려 AI 역량을 축적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단순히 일시적 세수를 나누어 갖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변화된 기술에 국민이 적응하도록 돕는 '생산적 투자'가 필요한 때다. 중요한 것은 달콤한 '빵과 서커스'가 아니라, 스스로 빵을 구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 7.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사회에 제도가 안착하려면 신뢰가 축적돼야 한다. 신뢰는 제도의 취지를 충실히 살리는 데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금융실명제는 현금 유동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부정부패를 차단하고 조세 부담의 형평성을 높여 효율적인 제도로 안착했다. 소년법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소년법의 취지는 형벌 대신 보호와 교정을 통해 소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다.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소년법의 실효성도 올라간다. 이는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처벌만 강조하는 건 소년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형사처벌만으로는 범죄를 억제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년범 중 형사처벌이 가능한 만 14세 이상의 범죄 및 재범률이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시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연령을 낮췄음에도 소년범죄가 줄지 않는다면 연령을 계속 낮추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혹은 지나친 처벌이라며 원상 복귀하라는 요구가 들끓을 수 있다. 실제로 덴마크는 2010년 형사처벌 연령을 15살에서 14살로 낮췄다가, 재범률 상승으로 2년 만에 연령 기준을 복구했다. 처벌 위협이 소년범죄를 억제한다는 건 지나친 낙관이다.
처벌과 보호 사이 균형을 맞출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미디어 속 촉법소년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듯 묘사되지만, 보호관찰과 소년원 구금으로 이들에게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그에 반해 보호의 실효성은 낮다. 2025년 기준 소년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소년 수는 약 55명이고, 4월 기준 전국 소년원 10곳 수용률은 약 115%다. 교화를 위한 여건이 열악한 셈이다. 소년 보호라는 법 취지에서 벗어나 처벌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제도의 취약성을 외면하는 일이다.
범죄 예방과 교화 시스템에 투자해야 할 때다. 정부는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위기 가정 및 학교 밖 청소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교화를 돕는 보호관찰관과 소년원 교육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는 손쉬운 선택지지만, 제도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하는 선택지는 아니다.
# 8.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라고 하면서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이고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라.
산업 대전환의 국면마다 국가는 딜레마를 마주한다. 새로운 기술이 성장을 이끌 때, 그 성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혁신과 이윤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산업 구조의 변화가 노동 소외를 심화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면, 국가는 이를 단순히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로만 방치할 수 없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러스트벨트는 세계화와 자동화의 풍파 속에서 쇠락했다. 이는 산업 대전환의 비용을 국가가 충분히 완충하지 못한 채 시장에 맡긴 결과였다. 일평생 몸담아 온 산업이 쇠퇴하자 노동자들은 시장에서 급격히 소외됐고, 이는 오늘날 미국의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키운 배경 중 하나가 됐다.
한국 역시 산업 대전환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AI 호황은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초과이익을 안기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성장세가 반도체로 쏠리는 동안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건설업, 석유화학 등 산업은 부진을 겪고 있다. 이때 국민이 느끼는 불편함은 기업의 노력과 성취를 단순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호황의 과실이 좁게 쏠릴 때 사회 전체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그 성과가 소수의 기업과 고숙련 노동자에게 집중 축적되고, 나머지 노동자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의 포모(FOMO)로 돌아간다면 양극화가 강화될 수 있다. 특히 한국 경제는 국가 주도 산업정책과 사회 인프라, 국민의 노동과 조세가 함께 작용해 압축 성장했다는 특수성을 지닌다. 결국 초과이익 논의는 ‘환원’을 넘어, 시장 논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산업 대전환의 부작용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다.
보완책은 초과이윤이 아니라 기존 세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더 걷힌 ‘초과세수’에서 찾을 수 있다. 초과세수는 국가의 재정 수입인 반면, 초과이윤은 민간 기업의 성과다. 반도체 산업은 초대형 재투자 산업이다. 공정 미세화, 첨단 장비 도입, 연구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끊임없이 투입되어야 회사가 유지된다. 반도체 기업의 이윤은 이러한 투자 사이클의 연료가 된다.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경기순환 산업이기에 불황에 버텨낼 재무적 체력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2022년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약 15조 원의 영업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이윤 자체를 환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신중해야 한다.
국민배당금제는 산업 대전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현금성 제도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과도 온전히 맞지 않는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핵심은 배당이 아니라, 국민 공동의 천연자원에서 나온 수익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엄격한 재정 준칙과 독립적 운용 체계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천연자원에서 발생한 지대와는 다르다. 기업이 불황기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수십 년간의 R&D 투자, 기술 축적, 막대한 설비 투자로 이어온 결과다.
필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의 초과세수 운용 설계이다. 예상 밖의 법인세 수입을 일률적으로 나누어 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독립적 운용 원칙을 갖춘 기금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재원은 반도체 협력업체와 소부장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 청년 고용 기회 확대, 부진 산업의 회복 등 AI 호황으로 촉발된 국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희망으로 이어질 때 지속 가능하다. 국가는 시장이 길어 올린 성과가 멈추지 않고, 공동체 전체의 동력으로 흐르도록 물길을 내야 한다.
# 9.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에서 1위에 올라 흥행몰이를 하면서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을 현실에 도입하자는 주장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경기형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를 공개 토론에 부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권보호국을 현실에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응보의 논리를 전면에 내세운다. 참교육에 나오는 교권보호국 직원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는 폭력으로, 악성 민원 학부모에게는 같은 방식의 괴롭힘으로 대응한다. 직접적인 응징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드라마 전반을 관통한다. 대중문화는 현실의 결핍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교권보호국 도입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이유도 현실의 법과 제도가 교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지만,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서이초 사건과 같은 해 대전에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초등교사가 숨졌고, 지난해에는 제주에서도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교사들은 악성 민원뿐만 아니라 사법 절차에도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경찰 수사 개시부터 재판까지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경제·시간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서이초 사망 이후 교권 5법 개정으로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교권 5법은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고 규율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교권 5법은 수사 개시 자체를 원천 차단하지 못한다. 학부모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는 순간 교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사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권보호국 신설 역시 교사들의 사법 절차 초기 단계에서의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하거나, 무분별한 피소 과정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진 못한다. 핵심은 새로운 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법 방어망이다.
교권보호국 신설은 문제의 본질을 가릴 위험이 있다. 교권 침해의 원인은 학부모 민원, 학교폭력 처리 부담, 행정 업무 과중 등 복합적이다. 기구가 생기면 사회적 관심은 조직의 규모나 예산 같은 행정 논쟁으로 옮겨 가고, 정작 개선해야 할 현장의 시스템 개혁은 뒤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기구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24년 4월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새로운 형태의 잡무를 담임 교사에게 도리어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사가 조사관의 방문 시간을 조율하고 관련 공문을 발송하는 행정 처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외형적 기구 신설이 현장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전 사례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교권보호국 신설이 아니라 교권을 제대로 보호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악성 민원은 학교와 교육청이 1차적으로 분류해 반복성과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민원 접수를 분리·제한하고, 교육부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교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독소 구조도 깨야 한다.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원칙적으로 수사 개시 전 교육청이 1차 사실 확인 절차를 밟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1차 사실 확인 절차를 담당할 인력은 교실 맥락을 아는 퇴직 교원, 교육 전문 변호사, 심의 객관성을 높일 아동심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야 한다. 교권보호국 신설보다 학교, 교육청, 교육부 등 다양한 주체가 단계별로 역할을 나누는 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다.
# 10.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과 매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들 기업의 노조들이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 사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공정한 보상과 분배’을 둘러싼 논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성공한 개인은 자신의 성취를 노력과 능력의 결과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 성과에 상당한 ‘운’이 개입돼 있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실력의 산물로 간주하는 경향을 지적한다. 그래서 사회에 빚을 졌다는 인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 환경, 교육 기회, 승자독식의 사회 구조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샌델 교수는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근거한 보상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 성과 역시 업황, 정책 환경, 기술 패러다임 변화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때,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은 온전히 그들의 실력의 산물인가.
두 기업의 성과에는 먼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인 ‘시장의 운’이 작용했다. 두 기업의 역대급 성과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급이라는 일시적 시장 상황이 만든 측면이 크다.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AI 투자 붐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기업의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뒷받침됐음은 분명하지만, 이 호황의 파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초과이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 실적에 토대를 만든 사회적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왔다. 정부는 용인·평택·화성 일대 핵심 부지를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했고 수도권 집중 논란 속에서도 전력과 용수 인프라 구축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각각 수조 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받았다. 여기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생산과 납품, 주민들의 환경 부담 감내, 투자자들의 자본 공급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여 역시 축적되었다.
따라서 초과이익을 기업 내부 구성원만의 몫으로 보는 시각은 모순되었다. 이른바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시장의 운과 수많은 타인의 기여로 만들어진 성과인 만큼, 그 배분 역시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만 논의될 수 없다. 하지만 노사는 자기 몫을 둘러싼 싸움에 매몰되는 동안, 정작 이 초과이익이 사회 전체에 어떤 책임을 지는지는 묻지 않고 있다. 샌델의 언어로 말하자면, 사회에 빚을 졌다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그 책임의 실체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AI 확산으로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청년 일자리가 26만 명가량 감소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이를 보여준다. AI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일수록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충격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선 안 된다.
미국에선 로봇세를 넘어 ‘컴퓨트세’(Compute Tax)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거대언어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연산 자원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기업을 주 대상으로 삼는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일자리 급감, 독과점 폐해, 에너지·자원 소비 급증 등 인공지능 확산의 부작용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새 제도 도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나의 현실적 대안은 인공지능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 형태로 환원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역시 기업 내부를 넘어서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얼마를 나눌 것인가’ 못지않게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 11.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한국을 포함한 25개국에서 1위에 올라 흥행몰이를 하면서 교육부 산하 교권보호국을 현실에서 도입하자는 주장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인은 “경기형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를 공개 토론에 부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권보호국을 현실에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조선 후기, 삼정이 문란해지자 이를 풍자하는 탈극이 성행했고,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했을 당시, 독일 사회에는 풍자 잡지와 정치 카바레가 유행했다. 조선의 백성들과 독일 국민들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비꼼, 풍자, 냉소를 소비하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표출되면서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사적 복수를 하면서 교권을 회복한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다. 악질적인 방식으로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교사의 모습은 현실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다른 점은 ‘교권보호국’의 존재다. 시청자들이 이 가상 기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력감과 불신을 해소할 공적 시스템이 현실에는 부재하기 때문이다.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이들에 대한 악성 민원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기관으로서 교권보호국은 필요하다.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제도적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교원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400여 건이다. 그 중 교육청 조사 결과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판별난 것은 1천 건 이상이다. 대부분 허위이거나 악성 민원에 의한 신고로 드러났다. 악성 민원, 허위 신고 등 교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실에서 학교는 교사의 편에서 대응하지 못한다. 학교나 교육청은 단순히 ‘교사의 직장’이 아니라 학생의 교육권과 학부모의 민원권 등을 모두 관리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결국 악성 민원과 신고라는 부담을 교사 개인이 짊어지게 되는 구조다. 이는 교사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무력감에 빠지게 만든다. 이들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공교육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교권 보호국은 필요하다. 공교육은 민주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공공 기반이고, 교사는 교육청과 국가를 대신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 행위자다. 교권 침해는 교사 개인에 대한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게 만든다. 좋은 교사들이 공교육 현장을 떠나게 만들고, ‘내 아이만 중요하다’는 학부모에 순응하는 교사만 남게 만든다. 교권 침해가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원 명예퇴직 신청자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교육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교사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이러한 악순환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사들의 무력감을 해소하고 공교육 신뢰를 회복할 교권보호국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적 시스템의 부재를 사적 복수를 메우겠다는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과는 달라야한다. 교육의 본질은 처벌과 응징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공동체의 회복에 있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법과 절차를 뛰어넘어 가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 보복을 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줄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는 교사들과 연대해, 그들의 편에서 악성 민원 등에 대응하는 교권보호국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공동체가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함께 숙의와 토론을 이끄는 교권보호국도 필요하다.
# 12. 남녀 사이의 갈등 사건을 성 대립 구동의 프레임으로 확대해 젠더 갈등이나 젠더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근본 원인과 해법에 대해 논하라.
최근 몇년간 젠더 이슈는 정치인들에게 아젠다 세팅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이유는 각 정당이 동원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의 새로운 세대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들이 동원하고자 했던 030 유권자층은 다른 연령층의 유권자에 비해 확고하게 자리잡은 정치적 일체감이나 정파적 충성심이 약하면서 변화를 선호하는 속성을 지닌다. 특히 민주화 이후 세대 중 1980년대에 출생한 세대의 경우, 이전 세대에 비해 이념적, 지역적 틀에 덜 얽매이고 자신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해타산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젠더 이슈가 정치인들에게 있어 동원의 기제로 사용하기에 용이했던 것이다.
정치적인 이득이 있을 때만 젠더이슈를 활용하고 난 다음에는 구체적 조치 없이 이 관심을 방치한다. 이 특징은 특히 문재인 전 정부 시절 부각되었다. 국민청원을 통해 특정 젠더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동원은 이끌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나 정부의 방향성은 논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7년 12만명이 여성징병제를 시행하자는 국민청원에 동의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미있는 이슈라고 웃어넘겼다. 더불어, 사회에 새로운 갈등이 생겨날 때 논란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는 지도자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는 식의 방관적 태도를 보였다. 방관이 이루어지는 동안 미디어 확증 편향이 계속되면서 젠더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런 식으로 고착화된 아젠다 세팅은 국민들의 젠더인식을 왜곡한다. 이미 사회 전반으로 퍼진 서로의 젠더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에 더해, 정치인들이 성별을 동시에 고려한 정책을 내세우기 보다는 한쪽에 우호적인 정책을 내세움으로써 젠더 관련한 이슈를 제로썸 게임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2022년 대선의 경우,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를 통해 20대 남성을 뜻하는 ‘이대남’ 세력을 규합하고자 시도했다. 이런 식으로 청년남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동을 하는 시점부터 청년여성은 점점 돌아서게 되었고, 여성을 지우는 정책을 통해 남성을 위한 정책만을 펼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제로썸 게임이 아닌 문제들도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여성을 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으로 유도하는 정책은 남성 차별이 아니다. 남성을 돌봄과 교육 전공으로 유도하는 정책은 여성 차별이 아니다. 동시에 이를 다룰 수도 있으며, 특정 분야별 성별의 유불리함이 달라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제로썸 인식을 버리고, 정부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의제는 피하고 구체적 의제를 잡아야 한다. 포괄적 의제는 “결국 누가 더 차별받는가” 식의 양자택일로 흘러가서 문제를 제로섬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여성이 차별받는 억울한 집단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남성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도 있는데 공식적 논의를 어디서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기존의 젠더 프레임으로 인해 고려되지 못한 부분을 살피고, 양측의 젠더에 모두 집중해 개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젠더와 관련된 이슈를 논제로섬화 하는 것이 현상황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