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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개나무의 잎
헛개나무의 열매
헛개나무의 잎
헛개나무의 열매
술독 풀고 간 보호하는 헛개나무
술은 백 가지 약 가운데 으뜸인 동시에 백 가지 독 가운데 으뜸이기도 하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는 데는 좋으나 통증을 일으키며 오장을 상하게 하는 데는 이보다 더 나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약을 만들 때에만 쓰였다. 술은 쓸 때가 있고 먹는 데는 한도가 있는 법이다. 알코올 중독이 되어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그다지 많지 않다. 예로부터 칡꽃, 팥꽃, 쥐눈이콩, 뽕잎, 오디, 팥, 녹두, 창포 등이 술독을 푸는 약재로 알려져 있으나 그 효과는 기대하는 만큼 신통하지 않다.
술독 푸는데 신약 헛개나무는 갈매나무과에 딸린 잎지는 넓은잎큰키나무다. 허리깨나무 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지구(枳俱), 백석목(白石木),
목밀(木蜜), 현포리(玄圃梨) 등으로 쓴다. 우리나라에는 중부 이남의 깊은 산속 개울가에 드물게 자란다. 키는 20미터 넘게까지 크고, 지름은
1미터 넘게까지 자란다. 잎은 넓은 달걀모양으로 산뽕나무 잎을 닮았고 6월에 흰 꽃이 피어 10∼11월에 열매가 가지 끝에 갈색으로
익는다. 헛개나무는 그 열매의 붙은 과경(果梗)의 생김새가 특이하여 사람의 눈을 끈다. 가지 끝에 붙은 꽃꼭지가 씨앗이 익을 무렵에 살이 쪄서
울퉁불퉁한 과경이 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산호(珊瑚)를 닮았으며 따서 먹으면 달콤하면서도 약간 떫은맛이 난다. 옛사람들은 이 과경(果梗)의
맛이 꿀처럼 달다고 하여 나무꿀, 곧 목밀(木蜜)이라고 하였고 또 중국의 곤륜산(崑崙山) 꼭대기에 있는 신선의 정원에 열리는 배라는 뜻으로
현포리(玄浦李)라고 했다. 내거나 잎을 자르면 달콤한 향기가 난다. 목재는 질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그릇이나 악기, 조각 작품 등을 만들기에 좋다.
꿀처럼 단맛이 나는 열매 드문드문 난다. 헛개나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란다. 중국에서는 양자강 이남에 주로 자라는데 우리나라처럼 산골짜기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보다는 감나무나 밤나무 처럼 집 주위나 마을 가운데 심어 가꾸는 것이 더 많다. 중국에서 자란 것은 대개 열매가 작고 씨앗에 검은 빛이 돌며 단맛이 적다. 약효는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보다 3분지 1이하로 떨어진다. 일본에서 자란 것 역시 우리나라에서 자란 것보다 약효나 품질이 훨씬 못하다. 헛개나무는 개울가 물기 있는 땅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뿌리부분에서부터 여러 갈래로 갈라져 가족환을 이룬 것이 많으며 줄기가 곧고 매끈하며
키가 높게 자라서 밑에서는 잎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줄기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향기가 사방에 진동하며 신선한 잎이나 열매를 끓일 때에도
구수하고 달콤한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게 된다.
술독을 푸는 데 불가사의한 효험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같은 옛 의학책에도 적혀 있지 않고 민간에서도 약으로 쓴 일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글쓴이는 30년 동안 이 나무를 찾아 나라 안을 이 잡듯이 뒤졌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의 여러 의학책에는 헛개나무가 술독을 풀 뿐만 아니라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치질을 낫게 하며 관절염에도 효험이 있는 약재로 썩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술을 물이 되게 하는 나무 써서 집을 지으면 그 집안에 있는 술이 모두 물이 되고 만다고 하였다. 또 ‘주진형’이 지은 <본초보유(本草補遺)>라는 책에도 “한 남자가 30년 동안 술을 계속해서 마시고 또 여색을 몹시 밝혀서 열이 심하게 나고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 그래서 먼저 기혈(氣血)을 보하는 약을 먹인 다음에 술독을 풀기 위해 칡뿌리를 먹였으나 땀만 약간 날 뿐 별로 효험이 없었다. 이는 기혈이 쇠약해진 데에 칡뿌리를 썼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셔 기력이 약해진 데에는 헛개나무 열매를 넣는 것이 가장 좋다. 마침내 그 사람한테 헛개나무 열매를 달여 먹였더니 병이 곧 깨끗하게 나았다고
적혔다. 이와 같은 옛 의학책의 기록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할 만큼 실제로 헛개나무 열매나 잎, 줄기는 술독을 푸는데 신통한 효력을 발휘한다. 이 나무를 넣고 달인 차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술을 마시면 평소 주량의 3∼4배를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술을 마시고 나서 숙취로 인하여 구토가 나고 목이 마르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헛개나무를 넣고 달인 차를 한 잔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술이 깨고 숙취도 없어진다. 특히 소양체질인 사람은 그 효과가 눈부시게 빨라서 호깨나무를 달인 차가 목에 넘어가는 그 순간 머리가 시원해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헛개나무는 열매, 잎, 줄기, 뿌리, 껍질 등 어느 부분이나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옛 의학책에 열매는 오장(五臟)의 기능을 순조롭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술독을 풀고 풍습(風濕)으로 인한 마비를 풀며 술과 여색을 심하게 밝혀 몸이 몹시 허약해진 것을 치료하는데 쓴다고 하였고, 잎은 진하게 고약처럼 달여서 구토를 멎게 하거나 술독을 푸는데 쓰며, 줄기는 몸이 몹시 쇠약하여 피를 토하거나 풍습으로 인해 뼈와 근육이 아픈 데에 쓰면 좋다고 하였다. 또 껍질은 음식이나 술을 먹고 체한 데나 쇠나 창에 다쳐서 생긴 독을 풀고 치질을 치료하는 데에 좋다. 이른 봄철
잎이 나기 전인 곡우(穀雨) 무렵에 헛개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달콤한 맛이 나는 수액(樹液)이 흘러나오는데 이 수액은 겨드랑이에서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을 치료한다. 호깨나무 수액은 고로쇠나무 수액이나 거제수나무 수액보다 맛과 향이 훨씬 좋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대략 다음과 같다.
미산 지방에 사는 게영신이라는 사람은 키가 7척이나 되고 말술을 마시며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며 성품이 호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갈병(당뇨병)이 생겨서 하루에 물을 몇 말씩 마시고 음식도 전보다 갑절이나 많이 먹었다. 그래서 소갈병을 치료하는 약을 1년 넘게 먹었으나 낫기는커녕 병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여남은 개를 만들어서 호깨나무 달인 물로 먹으면 나을 것이오.” 헛개나무의 약성에 대해 옛 의학책에 적힌 것을 몇 가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술은 성질이 독하여 이를 마시고 나서 술독이 잘 풀리지 않으면 답답하여 날뛰게 된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중독된 것을 치료하려면
호깨나무 줄기를 잘게 썬 것 1냥(35그램)을 물 한 대접에 넣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찌꺼기를 버리고 따뜻하게 하여 마시면 그
효력이 빠르기가 번개와 같다.’ <성혜방> <본초강목>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는 효능 주는 작용도 뛰어나다.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긴 황달이나 지방간, 간경화, 간염 등 갖가지 간질환에는 헛개나무 한 가지만을 써도 좋지만 유황(硫黃)을 먹여 키운 오리, 율무, 팥, 띠뿌리, 다슬기, 머루덩굴 등을 더해서 달여 먹으면 그 효과가 훨씬 더 빠르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를 구하기 어려우면 집오리를 대신 써도 된다. 이 방법은 약이라기보다는 온갖 간질환에 효험이 있는 음식으로 널리 권할
만하다. 어떤 질병이든지 약보다 음식으로 고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이다. 술독을 푸는 데에는 호깨나무의 줄기나 잔가지, 열매, 잎 40∼50그램에 물 1되(1.8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은은한 불로 달여서 차 마시듯 수시로 마시면 된다. 헛개나무 열매가 가장 효과가 좋으나 열매가 높은 가지 끝에 달리므로 따기가 쉽지 않다. 줄기나 잎을 대신 써도 거의 같은 효험을 볼 수 있다. 열매나 잔가지, 잎을 물을 붓고 엿처럼 될 때까지 오래 달여서 그것을 수시로 한 숟가락씩 떠서 먹는 것도 오래 두고 먹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호깨나무는 술로 인해서 생긴 모든 질병에 효험이 있으며 술 중독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약(仙藥)이다.
소변 잘 나오게 하고 관절염에도 효과 힘들어져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풍습성 관절염에는 헛개나무 열매 5백 그램(말린 것은 2백50그램), 또는 핫개나무 줄기를 잘게 썬 것 3백 그램을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나 집오리 한 마리와 함께 푹 끓여서 먹으면 상당한 효험이 있다. 오리는 털을 뽑고 뱃속의 똥만 빼낸 다음 한 번 푹 끓였다가 식혀서 위로 떠오르는 기름을 걷어내고 그 물에 헛개나무 열매나 줄기 썬 것을 넣고 약한 불로 오랫동안 달여서 먹는다. 동안에 모두 먹도록 한다.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는 보양작용과 해독작용, 그리고 염증을 삭이는 작용이 뛰어나서 원기를 세게 하고 몸 안에 쌓인 독을 풀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헛개나무는 풍습을 없애고 몸 안의 독을 풀며 경락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