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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 시 작품갈무리

하늘재를 걷다

작성자송학|작성시간26.06.13|조회수0 목록 댓글 0

하늘재를 걸으며 / 박찬승

 

하늘재 길에서 싸리꽃 향기에 목욕하다

통일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와 마지막 공주

덕주공주는 이 하늘재 길을 걸으며 망국의 긴 한숨을 뒤돌아

영남땅에 토했으리

함께 북향 여정에 오른 덕주공주는 미륵대원지 석불입상에

두손을 합장하고 무슨 기원을 했을까?

 

영화롭던 궁중세자의 궁의를 벗어치고 망국의 한을 삼베옷

(마의)을 입고 삼베 갓을 쓴 속죄를 하는 모습에서 천년 사직을

버리고 금성에서 벗어 난 마의태자의 속은 지금 다 타버린 숯덩이

같았으리라

 

그 때도 지금처럼 길섶에 싸리꽃. 원추리꽃. 엉컹퀴꽃이 지천에

피어 하늘이고 뜨거운 태양을 가리우는 솔숲의 솔향이 은은했을까?

멀리서 오늘처럼 청량한 뻐꾹이가 뻐꾹 뻐꾹 울어

영남에서 중원으로 향하는 망국의 태자. 공주의 무거운 발걸음을

위로했을까?

 

옛날의 중원과 영남을 잇던 영남대로인 하늘재길 (계립령. 지릅재)을

천오백년 후객이 걷는다

푸짐히 핀 싸리꽃 향기와 노송의 푸른 향기가 노객의 몸을 감싼다

신라 천년의 향기다

남쪽 영남에서 불어오는 옛나라 신라의 화랑의 기운을 듬뿍 실은

선풍이다

윗 적삼의 단추를 풀고 나의 가슴 작은 그릇에 가득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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