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삶
신경림
광부의 아내가 되었을 게다,
낙반으로 허리를 다친 아버지를 닮은
광대뼈 불거진 사내의 아내가.
탄가루 시커먼 울타리에 호박 심고
강냉이 심고 고추 심고,
아들 낳고 딸 낳고.
삼십 촉 흐린 전등 아래서
남편의 떨어진 양말을 꿰매다가
문득 비벼보는 침침해진 눈.
더러는 남편을 따라나가
삼겹살에 소주도 한두 잔 기울이면서.
떠올려보았을 게다,
별이 되어 가슴에 박힌
그림자처럼 스쳐간 사람들의 모습을,
어떤 사람은 흐리게, 또 어떤 사람은 진하게,
기쁨을 준 사람을, 또 슬픔을 준 사람을,
호박잎 강냉이잎 고춧잎에
탄가루 날아와 앉는 사이
오년이 가고 십년이 가고 이십년이 가고,
아이들은 자라고 남편은 늙고.
어떤 별은 아예 사라지고
어떤 별은 더 크고 밝아지고
세월 따라 아이들은 객지로 가고 대처로 가고
마침내 남편도 가슴속의 별이 되면서.
행복했을 게다, 아니 불행했을 게다,
긴 세월 뒤에 제 자란 주막 자리로 돌아와
제 어미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끝내는 스스로 제 가슴속의 별이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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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낭송치유협회(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 제17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