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젖 / 도종환

작성자도경원|작성시간26.06.20|조회수5 목록 댓글 0

 

                                       도종환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무너진 쓰촨성의 한 마을

돌더미 밑에서 갓난아이 하나를 구해냈지요

 

누구네 집 아이인지 부모 중 누구라도 살아남았는지

그런 걸 먼저 확인해야 하는

긴 절차를 향해 아이를 안고 달려가다

그녀는 벽돌과 씨멘트 더미 위에 앉아서

재가 뽀얗게 내려앉은

제복 윗옷 단추를 하나하나 끌렀지요

 

천막 사이를 돌며 의사를 찾거나

물 가진 사람 없어요 소리치기 전에

그녀는 젖을 꺼내 아이에게 물렸지요

 

놀람과 두려움과 굶주림으로 컥컥 막히는 식도

억눌린 어린 뼈와 상처 사이를 비집고 나오다

끊어지곤 하는 울음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지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았지요

 

먼지 묻은 땀방울인지 눈물인지

젖을 빠는 아이의 이마에 똑똑 떨어졌지요

가슴을 다 내놓고 폐허 위에 앉아

그녀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여진도 요동을 멈추고

우주도 숨을 쉬지 않은 채 잠시 그대로 있었지요

아직 살아 있는 모든 아이의 어머니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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