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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아이 / 신현득(1964)

작성자푸른노트|작성시간04.08.25|조회수31 목록 댓글 1
고구려의 아이 / 신현득(1964)


고구려의 엄마는
아이가 말을 배울 때면
맨 먼저
'고구려'라는 말을 가르쳤다.
다음으로
'송화강'이란 말을 가르쳤다.

아이가 꾀가 들어
이야기를 조르면
고구려의 엄마는
세상의 온갖 이야기 중에서
살수 싸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세상의 많은 장수 중에서
을지문덕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세상의 여러 임금 중에서
광개토왕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이가 커서
골목을 뜀박질하게 되면
고구려의 엄마는
요동성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구려 사람은
겁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요동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시 엄마는
아버지가 물려준
활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가 물려준 칼과
창과 갑옷과
아버지가 물려준
투구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 칼은,
이 투구는, 이 갑옷은, 이 창은
모두
네가 아버지께 물려받듯이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물려받아
나라를 지키고,
할아버지는
그 아버지께 물려받아
나라를 지키고,
그 할아버지는
또 그 아버지께 물려받아
나라를 지키던 것이라 일러 주었다.

밖에는
아버지가 타던 말이
울고 있었다.
아이는
밥을 한 끼 먹고 와서
활을 한 번씩 당겨 보았다.
칼을 한 번씩 들어보았다.
투구를 한 번씩 써 보았다.

날마다 들어보는 칼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날마다 써 보는 투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이는
제가 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엔 이 칼이 힘에 겹지만
아버지만큼 크고 보면
바늘같이 휘두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은 이 투구가 내겐 크지만
아버지만큼 크고 보면
제 머리에 꼭 맞을거라 생각했다.
아이는 어서어서 크고 싶었다.

얼었던 송화강이 풀릴 때마다
새해가 오곤 하였다.
강가의 버들잎이 질 때마다
한 해가 가곤 하였다.
아이가 몇 살인가
엄마는 날마다
손을 꼽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은
그 아이가
말을 타고 뜰 앞에 나와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의 투구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의 갑옷을 입고,
아버지의 칼을 차고,
아버지의 창을 들고,
아버지의 활을 메고 있었다.

"어머닛!
요동으로 갈 테어요."
"얘야 그 칼이
아직 네겐 무거울 텐데?"
"좀 무겁지만 싸울 순 있어요."
"얘야 그 투구가
아직은 클 텐데?"
"좀 크지만 싸울 순 있어요."
"전동에 화살은 준비되었니?"
"다 준비되었어요."
"그 칼을 다시 갈았니?"
"날을 세워 갈았어요."
"그래 가거라
내 아들아!"

고구려의 아이는
끝없는 벌판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 움직여라 고함을 쳤다.
"우리는 커 가는 나라
고구려다
고구렷!"


※ 작품 출전 : 아동문학교육, 강문희·이혜상 공저,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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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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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푸른노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8.25 한국의 대표적인 [서사동시]로 이야기 되는 작품이라는 소개를 읽었습니다.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이슈가 되는 지금 한번 생각해볼 작품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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