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음의 교양

나의 마법의 구두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2.22|조회수42 목록 댓글 0

일정이 살짝 틀어지면서 쪼매 빨리 올라가게 됐는데, 마침 점심 시간입니다.
영광 불갑사 할매 보리밥을 기어이 먹어 봐야겠다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평일 오훈데도 불갑사에 사람들이 그런대로 보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빼고 보니 음식점 문을 열었더라구요.

어떻게 나오려나 기대가 컸는데 나온 상은 기대 이상입니다.
25가지 정도 되는 각종 반찬에 눈이 돌아갑니다.
절 앞이라 그런지 그 흔한 생선 한 마리 없지만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만든 반찬들을 모조리 쓸어 넣은 다음 싹싹 비볐습니다.
비빔밥이라는 게 처음에는 적었는데 이것저것 넣고 비비다 보면 수북히 늘어나잖아요.
이걸 어떻게 다 먹나 싶었는데 맛에 반해서 순식간에 밥 한 톨 안 남기고 다 비웠습니다.

이만큼 부른 배를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점심 때라 그런지 날이 포근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양지바른 곳은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 지 오래네요.
불갑사 주변의 파란 곳들이 온통 상사화로 덮혔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장관일까 싶네요.
상사화가 필 무렵에 일거리를 만들어야겠네요.
먹는 거 밝혀서 좋을 거 없다는데 예외는 어디나 있는 법이죠.
불갑사 할매 보리밥과 불갑사, 좋았어요. ~^.^~

♥나의 마법의 구두♥

''나 구두 사야 하는데 같이 백화점 갈까?''
''웬일로 백화점에서 구두를 사?
길거리 표만 신던 짠순이가!''
8년 전, 지방에서 일하던 나는 서울에 있는 영희를 보러 갔다.
중학교 동창인 나와 영희는 단짝이었다.
학비에 부모님 생활비까지 보내느라 절약정신이 몸에 밴 영희가 백화점에서 신발을 산다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잖아?
그러니까 좋은 신발 사서 나도 좋은 곳 많이 가봐야지'' 하며 영희가 웃었다.

그해 겨울 새벽, 휴대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언니, 나 영숙이...''
''영숙이? 영희 동생?''
''응... 우리 언니가 하늘나라로 갔어.''
장례식을 마치고 영희 어머니가 작은 상자를 건넸다.
''영희 신발이야. 네가 간직해 주겠니?
영희도 그걸 더 기뻐할 것 같구나...''
큰맘 먹고 산 구두를 아끼느라 몇 번 신지도 못한 영희.

''구두가 너무 낡은 거 아니니?
웬만하면 하나 장만하지?''
영희가 내게 남긴 선물을 신고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이것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마법의 구두야.
절대 버릴 수 없지.''
나는 지금도 특별한 약속이 있을 때면 그 구두를 신는다.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 김주은 님 사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