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 운동을 간 울딸을 마중나갔습니다.
울각시가 울딸 요가가 끝날 시간이라는 말에 부랴부랴 나오느라 집 앞을 나서면서 핸폰을 깜빡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금방 만나서 오겠지 하는 생각에 옷도 대충 입고 그대로 사당우체국 횡단보도까지 서둘러 갔습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뀔 때마다 울딸이 오나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폈습니다.
몇 번 이수역 사거리 쪽에서 오는 사람들 중에 울딸 같아 보이는 사람이 오면 반갑다가도 그냥 사당역 방향으로 가는 걸 바라봐야 했습니다.
금방 오겠지? 하는 기대에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가 횡단보도 신호가 15번이나 바꼈습니다.
울딸 걱정에다 찬바람에 추운데다 짜증도 나고, 벼라별 생각에 일각이 여삼추입니다.
핸폰을 두고 온 통에 길이 엇갈렸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핸폰만 가져 왔어도 안 해도 될 걱정을 사서 한 꼴이 됐습니다.
결국 다시 집에 가서 핸폰을 가져 오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울딸은 안 왔더라구요.
핸폰을 챙겨서 다시 횡단보도까지 열심히 걸어가니 울딸이 마침 횡단보도를 건너서 오더라구요.
얼마나 반갑던지...
울딸도 연락도 안 한 아빠가 딱 맞춰서 나타난 것을 엄청 반가워 하더라구요.
울딸 손 꼭 잡고 왔습니다.
그래도 옛날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얼마나 나은지 모릅니다.
사전에 연락할 수단도 없이 그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자식들을 마냥 기다렸던 시대였지요.
아무리 부모 노릇 하기 어렵다고 어쩌니저쩌니 해도
좋은 시절에 살고 있습니다.
그게 다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 덕분입니다.
삼일절입니다. ~^.^~
♥짝꿍의 실수♥
수업이 모두 끝난 저녁이었다.
17년째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여자는 지친 걸음으로 교무실에 들어섰다.
여자의 책상에 편지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여자는 편지봉투를 살펴보았다.
''은지... 아! 은지가 보낸 편지구나!''
여자의 머릿속에 교사로 부임한 첫 해에 만났던 두 제자가 떠올랐다.
'2학년 1반이었던 은지와 재훈이...'
17년 전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여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짝꿍이 되어 함께 앉도록 했다.
그렇게 은지와 재훈이는 반에서 제일 안 어울리는 짝꿍이 되었다.
2학년 1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은지는 공부도 잘하는 똑부러지는 아이였다.
2학년 1반에서 제일 인기가 없는 재훈이는 소문난 말썽꾸러기에다 꼴찌를 도맡곤 했다.
수업시간, 칠판에 수업 내용을 적던 여자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다름 아닌 은지였다.
''은지야, 무슨 일이니?''
걱정스러워하며 은지에게 다가간 여자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은지의 치마 주변에 온통 똘똘 뭉친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은지의 옆자리에서는 재훈이가 공책을 마구 찢고 있었다.
여자가 다가가도 재훈이는 멈추지 않았다.
공책을 마구 찢어서 뭉치고는 은지의 치마 밑으로 계속해서 밀어 넣었다.
여자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만두지 못해! 너 정말 못된 아이구나?
뒤에 가서 손들고 반성해!''
은지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재훈이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벌을 섰다.
수업을 모두 마친 뒤, 여자는 은지를 토닥이며 괜찮은지 물었다.
그러자 은지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선생님, 잘못한 건 저에요...''
그제야 여자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은지가 자기도 모르게 오줌을 누고 말았다는 것을.
재훈이는 은지의 실수를 가려 주려고 허둥지둥 공책을 찢어 은지의 치마 밑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선생님이 잔뜩 화를 내도 아무 대꾸 없이 묵묵히 벌을 서던 재훈이.
그 기특한 아이를 여자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는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 펼쳐 보았다.
그것은 17년이 지나 어른이 된 은지와 재훈이가 결혼을 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청첩장이었다.
''두 짝꿍이 평생 인생의 짝꿍이 되었구나!''
감동에 젖은 여자의 얼굴에 환하고 따스한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