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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아줌마 운전자의 꽃 우산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3.25|조회수67 목록 댓글 0

남도가 봄소식을 전한 지 꽤 됐죠.
작년까지만해도 출장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봄맞이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출장이 뜸하면서 뉴스로만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지난 주에야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를 본 게 다였으니까요.
꽃을 보기까지 유달리 긴 겨울을 지나 온 거죠.

저희 외숙모님께서 먼 길 가시는 길에 꽃길을 택하셨습니다.
외가 주변은 민들레, 꽃다지 같은 풀꽃들이 지천입니다.
산으로 가는 길은 동백꽃이 만개하고, 봄이 왔음을 알리던 매화는 끝물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산에는 혹시나 싶었던 진달래들이 연분홍빛으로 손짓을 합니다.
진달래 꽃잎을 몇 개 따 먹어 봤습니다.
꽃잎마다 어릴적 추억이 그대로 묻어나왔습니다.
외숙모님께서 주신 남도의 봄을 가슴에 품고 왔습니다.

바야흐로 흐드러진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집 앞이나 뒷동산을 지나갈 텐데 못 본 척 외면하지 마시고 손 한 번씩 흔들어 주세요.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겨주시면 더욱 좋겠지요.
쑥이랑 냉이를 캐러 가고 싶네요. ~^.^~

♥아줌마 운전자의 꽃 우산♥

몇 해 전, 장마철의 일이다.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갔다.
차 몇 대를 나눠 탔는데 외곽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운전하던 직원이 연신 경적을 울렸다.
너무 느린 속도로 운전해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 있었다.
누군가 ''아줌마네.''라고 하자 아줌마 운전자를 원망하는 말이 쏟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의 설렘보다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러다 누군가 앞차에게 싸움이라도 걸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때 소나기가 내렸다.
그런데 신호등 앞에 젊은 여자가 우산도 없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기를 비를 맞히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주변에 비를 피할만한 곳이 없었다.
굵은 빗방울에 얇은 옷이 흠뻑 젖은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앞차에서 가볍게 경적이 울리더니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우산이 쑥 나왔다.
아기 엄마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운전자와 몇 마디 나누었다.
그러더니 우산을 건네받고 고맙다며 인사하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우와! 아줌마 최고!'' 라며 감탄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손뼉을 쳤다.
''그런데 저런 우산은 어디서 파는 거야?''
듣고 보니 과연 촌스러운 꽃 모양이 수놓아진 우산이었다.
다시 앞 차가 출발하자 좀 전과 달리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가끔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다.
-고마워 좋은생각/강명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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