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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참새와 죄수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6.01|조회수42 목록 댓글 0

아침 출근길, 이수역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전철을 타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남성시장쪽 인도에서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모이를 쪼고 있습니다.
그곳은 어제 퇴근길에 버스를 타려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보았던 회색 비둘기가 모이를 찾아 차도까지 헤매던 바로 그곳입니다.
근데 어제 회색 비둘기는 이리저리 걸음만 바빴지 모이를 쪼는 건 보지 못했거든요.

명당은 누구에게나 명당인 것 같습니다.
비둘기도 닭둘기라 불리던 예전과는 다르게 스스로 모이를 찾아 날품과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댑니다.
도시의 비둘기에게 명당이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일 텐데, 특히 술집, 버스정류장 주변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장소만 좋다고 다 명당일까요?
바로 때가 중요합니다.
어제 퇴근길 비둘기는 사람들이 이제 막 퇴근하는 길에 있지도 않은 모이를 찾으러 다닌 것이고, 오늘 출근길 비둘기는 간밤에 흘린 모이를 덩굴째 마구 쓸어담은 겁니다.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죠.
호국보훈의 달 6월에도 운때가 척척 맞아 떨어지길 바랍니다. ~^.^~

♥참새와 죄수♥

로버트 스트라우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범으로 캔자스 주의 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성질이 포악한데다 무뚝뚝하고 사교성도 없었던 그는 동료 죄수들과 자주 싸움을 벌여 교도관들의 미움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가 집에서 2천 마일이나 떨어진 교도소에 면회를 왔으나 교도관이 핑계를 대면서 만나지 못하게 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식사 도중에 그 교도관과 말다툼을 벌이다 곤봉으로 머리를 치려는 그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일로 교수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사형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어머니는 백악관으로, 토머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부인을 찾아가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사정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결국 로버트는 교수형을 받기 전에 가까스로 무기형으로 감형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때까지 독방에서 살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의 의미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자살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살아 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루 15분의 운동시간을 감방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다가 기운이 없어 날지 못하는 참새 한 마리를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아서 먹이는 등의 지극한 간호 끝에 참새는 건강을 회복하여 날아가고, 그에게는 대신 카나리아 한 쌍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 카나리아를 번식시켜 다른 감방에서도 새를 키우게 했습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새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교도소에 비치된 관련 서적들을 밤새워 읽고 어머니께 부탁하여 각종 약품을 들여보내도록 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험을 계속 한 끝에 마침내 그는 그 질병의 정체와 치료법이 무엇인지를 밝혀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가 박사 학위는 커녕 초등학교 3학년을 겨우 끝낸 무식쟁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의 인간 승리는 '캔자스 시티 스타'라는 일간지에 크게 실리면서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신문기사를 보고 면회 온 여인과 결혼하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그는 차후에 책을 써서 세계적인 새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무기형만은 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방 안에서 하는 일 없이 그저 세월만 보냈다면 조류학자로서의 로버트 스트라우드는 없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마음을 열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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