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음의 교양

할머니, 나 금메달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7.26|조회수83 목록 댓글 0

날이 많이 덥네요.
하루종일 사무실에만 있다가 퇴근하려고 밖으로 문을 열고 나오면 한증막에 들어가는 것처럼 후끈한 열기에 숨이 탁 막힙니다.
퇴근하는 시간에도 그런데 한낮에 외부활동을 해야 하는 분들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정말 옛날에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습니다
날이 더우니 낮이고 밤이고 수시로 에어컨을 틀어야 하니 선풍기는 당근 쉴틈이 없습니다.
날도 적당해야 에너지 절약 얘기가 나올 텐데, 요즘은 집에 있는 가족들한테도 시원하게 있으라는 말로 아침 인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전기를 참 많이도 아끼고 살았는데 어제부로 그만뒀습니다.
거실 형광등 안정기가 하나둘 나가기 시작해서 여섯 개 중 하나로 두어 해를 버텨왔는데, 지난 주에는 화장실 형광등이 나갔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안 되길래 어제 드뎌 업자를 불렀습니다.
제가 형광등 정도는 어떻게 해볼 줄 알았는데 안정기에서 제 능력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다른 데서 딴 점수를 여기서 다 까먹었다고 해도 될 겁니다.
고치는 김에 울딸 고등학교 때 나간 뒤로 지금껏 안 고치고 있던 울딸 방 형광등까지 싹 손을 봤습니다.
퇴근하고 불을 켜 보니 대명천지가 따로 없더라고요.
그동안 깜빡거리고 어둠침침한 속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습니다.
설마 저 때문에 전기 대란 오는 거 아니겠지요? ~^.^~

♥할머니, 나 금메달♥

'이제 범이한테 연락 올 때가 됐는데...'
할머니는 자꾸만 시계를 보았다.
프랑스에 간 손자 범이의 경기가 끝날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나... 그때 그 일만 없었어도...'

범이는 막 걷기 시작했을 무렵 교통사고를 당했다.
버스가 아이를 못 보고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눈 깜짝할 새의 일이었다.
크게 다친 범이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 후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부모마저 범이가 네 살 때 이혼을 했다.
'불쌍한 우리 아가...'
할머니는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절망도 잠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범이한테는 나밖에 없으니까.'
할머니는 범이를 들쳐 업고 세상속으로 나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학교에 업고가 똑같이 가르쳤다.
''할머니, 나 안 무거워요?''
''안 무거워. 하나도 안 무거워.''
점점 커가는 손자가 안 무거울 리 없었지만 할머니는 늘 웃었다.
범이도 할머니를 닮아 밝고 씩씩하게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생이던 범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할머니... 나 있잖아...''
''왜? 무슨 일이냐?''
''할머니, 나 귀금속 세공을 배워 볼까 해요.''
범이는 다리가 불편한 자신이 무엇을 해야 앞으로 큰 걱정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다.
고민끝에 찾은 진로가 귀금속 세공 기술자였다.
''기술직이라서 전망도 좋고 적성에도 맞아요.''
그래도 할머니는 걱정이 많았다.
''다리도 아픈데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들지 않겠니?''
''괜찮아, 할머니. 할머니도 한 자세로 계속 날 업어 줬잖아. 내가 이만큼이나 클 때까지...''

범이는 주얼리 디자인과가 있는 성동공고에 진학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기술을 배웠고 솜씨도 훌륭했다.
국내 대회를 석권하더니 고3 때 마침내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의 귀금속 공예 직종에 범이가 국가대표로 출전한 것이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할머니, 나 금메달!'
문자메시지를 읽는 할머니, 최정옥 여사의 주름진 뺨 위로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릴 적부터 저를 업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랑으로 길러 주신 할머니께 이 금메달을 드립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귀금속 분야의 최고 명장이 되겠습니다. -2016.3.28, 김정범 선수, 동아닷컴 인터뷰
-뭉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