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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버스 기사 아저씨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7.29|조회수58 목록 댓글 0

울장모님께서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오셨습니다.
노각이 된 오이랑, 맨입에 먹기 힘들 정도로 커버린 가지랑, 봉지를 씌워가며 새와 싸워 이긴 무화과랑, 씨를 뿌려 막 수확한 부추를 빵빵하게 채워 오셨습니다.
누가 챙겨 주는 게 아니니 당근 땡볕에 얼굴이 빨갛게 익으셨지요.
자식들이 좋아할 얼굴을 떠올리시며 힘든 줄도 모르셨을 겁니다.

자식들은 어땠을까요?
뭐하러 이런 걸 가져오셨냐고 핀잔을 했습니다.
이런 건 그냥 여기서 사 먹으면 되고요, 일하다 밤늦게 퇴근해서 가지러 오는 처남은 무슨 고생이냐고요...
물론 울장모님 건강을 생각해서 앞으로는 안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지요.
그냥 '언제 이렇게 실하게 농사를 지으셨대요? 맛있게 먹을게요' 이렇게 말하지 않은 자식들이 쪼매 서운하셨겠지요?
울장모님은 자식들 생각에, 자식들은 울장모님 생각에 서로 자기 생각대로...
울장모님 건강하시니 앞으로도 쭈욱 이러시겠죠?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셔서 쭈욱 이러시는 게 좋겠지요? ~^.^~

♥버스 기사 아저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학교 논문 심사가 있어 새로 산 정장을 입고 나갔지요.
그런데 일기예보와 달리 갑자기 비가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새 옷이 흥건히 젖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한참 후에 내가 서 있던 정류장을 10여 미터쯤 지나쳐 버스가 섰습니다.
버스에 오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어서 오세요."
상냥한 인사로 맞이하는 기사 아저씨에게 잔뜩 인상을 쓰며 교통카드를 대고 돌아서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은 지 10여 분 지났을까요?
기사 아저씨가 나를 불렀습니다.
"총각인지, 학생인지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뜻밖의 말에 의아해하며 기사 아저씨 뒷자리로 옮겨 앉았습니다.
그러자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방금 전 일은 정말 미안해.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말이야. 출발시간이 지연돼서 서두르느라 정류장을 지나칠 뻔했네. 배차시간이 10분 이상 벌어지면 불안해서 말이야."
아저씨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내게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하셨습니다.
순간 내 행동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조금만 이해하면 됐을 텐데...
나도 아저씨에게 오늘 새 옷을 입고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짜증이나 그런 행동을 했다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푸근한 웃음으로 받아 주셨습니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저씨 고향이 충북 제천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저씨는 고향이 그리운 듯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서울 온 지 딱 10년 째인데, 어째 서울살이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네. 허허.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까 봐."
"..."
나의 속 좁은 행동이 아저씨 가슴에 생채기를 낸 것은 아닌가 싶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아저씨는 운전하면서 고향과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아저씨의 정감어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서먹했던 기사와 승객이 아닌 친한 외삼촌과 대화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문득 텔레비전에서 본 하루에 두 대밖에 다니지 않는 시골 버스가 떠올랐습니다.
승객들과 버스 기사님이 정겹게 인사 나누며, 한 가족처럼 지내는 이야기였지요.
그런 생각을 하며 버스에 타는 승객들을 살펴보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친절한 기사 아저씨의 인사에 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묵묵하게 교통카드를 찍을 뿐이었습니다.
나도 그간 빡빡한 시간에 쫓기느라 마음의 빗장을 꼭꼭 걸어놓고 살았던 건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 아저씨에게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라는 답례가 돌아옵니다.
아저씨의 따뜻한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앞으로는 버스에 오를 때 내가 먼저 수고하시는 기사님께 밝은 미소를 건네야겠습니다.
-고마워 좋은생각/좋은생각/하윤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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