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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마술사의 마술 공연 이야기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7.31|조회수81 목록 댓글 0

지난 주말 2박 3일 동안 두 어머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갈수록 약해지시는 두 분의 건강을 위해서 그동안 모임 때 먹어 본 맛집 투어도 겸했지요.
둘째 날에 '계룡산 갑사'에 갔습니다.
갑사는 '갑사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절입니다.
동학사에서 공주로 가는 길목에 '갑사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가 있어서 가까이에 있으려니 했습니다.
편도 1차선 길이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이어집니다.
산 구경, 논밭 구경, 마을 구경 하며 천천히 가서 그런지 꽤 들어가는 것 같더니 나중에 나올 때 보니 아주 가깝더라구요.

주차장으로부터 길어야 채 500m가 되지 않을 거리지만 한 번에 완주하기 버거워하셔서 쉬엄쉬엄 걸음을 옮겼습니다.
천천히 가다 보니 주변 경치를 좀 더 찬찬히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갑사는 황매화 최대 군락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철지나 찾아온 객들이지만 나몰라라 할 수 없었는지 군데군데 서너 송이씩 피어서 갈증을 달래줍니다.
인정 많은 꽃입니다.
갑사 계곡 물이 시원합니다.
아름드리 고목마다 푸른 이끼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계룡산은 험하다고 소문난 '악'자가 들어가는 산들 못지 않게 산세가 우람한데, 갑사를 마주하니 낮은 동산에 둘러쌓여 참 한가롭게 평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두 분 어머님을 핑계로 제대로 힐링하고 돌아왔습니다.

장마가 끝났다지요?
사무실에 빈자리들이 상당합니다.
휴가들 많이 떠난 모양입니다.
시원한 한 주 되세요. ~^.^~

♥마술사의 마술 공연 이야기♥

어두운 장애시설의 복도를 지나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듯한 아이가 벽의 손잡이를 잡고 힘겹게 걸어 갑니다.
땀은 비오듯 흐르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 혼자와의 싸움을 해야만 합니다.
그에게는 시간이 2배 아니 10배는 느리게 흘러만 가는 것 같습니다.
지체장애 1급을 가진 아이들은 숙명과도 같은 이런 상황을 매일 맞닥뜨려야 합니다.
그 옆에는 스스로 침을 닦을 힘도 없는 소녀가 침을 옷에 그대로 흘린 채로 휠체어에 앉아 있습니다.
소녀는 저를 보자마자 이내 웃습니다.
제가 마술사라는 사실을 알았을까요?
아니면 오랜만에 보는 외지인이 반가워서 일까요?
그렇지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사실 어떻게 도와줄지 몰라 그냥 지나쳐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날은 마술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아들은 외부로 나가기가 참으로 힘들기 때문에 외부에서 행사 인원을 초청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용 문제 때문에 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을 힘겹게 있는 것은 장애아를 도와주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을 웃게 하는 건 이런 행사가 가끔씩 있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공연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공연장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약간 큰 공간에서 마술 공연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마술사는 개의치 않습니다.
마술사는 어떤 상황이든 최고의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공연 준비가 끝나고 장애인들이 들어옵니다.
대부분 휠체어에 앉은 모습.
좁았던 강의실이 휠체어로 꽉 찹니다.
그들의 얼굴을 봅니다.
힘들지만 모두들 착하고 선한 얼굴.
한쪽에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들의 눈을 봅니다.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깨끗한 눈을 가졌습니다.

마술을 시작합니다.
마술사는 멋있는 마술보다는 그들이 웃을 수 있는 그런 마술을 합니다.
몸이 망가져도 그들이 한번 웃을 수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행복하지 않을까 해서요.
역시 환호성이 대단합니다.
마술을 처음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마술사의 몸짓에 두 번 놀랍니다.
마술사는 관객을 한 명 불러서 같이 마술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잘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마술사는 끝까지 기다립니다.
무대로 불러서 함께 즐거운 마술을 합니다.
휴지를 찢었다가 붙이니 원상태가 되네요.
무대로 오른 관객은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마술에 싱글벙글합니다.
이렇게 어느덧 마지막 마술을 하고 마술이 끝납니다.

마술사는 말합니다.
"저는 장애인의 날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장애인의 날이 아닌 우리 친구들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거든요."
장애인들의 몸이 불편하지만 마음까지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날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잠시 잠깐 이 땅에 발을 붙이는 것일 뿐.
그들은 언젠가는 멋지게 날아갈 것입니다.
마술사는 그들의 희망을 담아 마술을 합니다.
그들의 소망을 담아 마술을 합니다.
속으로 빌어 줍니다. 부디 행복하라고~

마술이 끝난 후 짐을 정리하는데, 한 명의 장애인이 어눌한 발음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마.. 마술싸.. 아..즈..씨... 다..다으..음에... 또..오오... 실꺼지..요오?"
그 마술사는 손을 꼭 잡으며 말합니다.
"네, 그럼요. 찾으면 언제든지요."

마술사는 짐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합니다.
'몸 하나 건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일까?
나보다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조금 더 나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욱 더 마술로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게 해 줘야겠다'고 말입니다.
공연을 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공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건강하세요.
저도 열심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감동/박병준 마술 강사 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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