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음의 교양

저마다의 청춘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01|조회수61 목록 댓글 0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제 무덤을 판 것 같습니다.
어쩌자고 겁도없이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귀신에 홀렸나 봅니다.
자유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무용담에 혹해서 뒷일은 모르겠고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병에 걸린 것이지요.
숙소와 렌터카를 모두 제가 잡았는데 하나라도 삐끗하는 날이면 저는 파리 목숨입니다.
가뜩이나 여행지가 폭염에 제한급수까지 한다는데 짜증 지수가 이따만큼 높을 게 뻔하거든요.

며칠 전 울딸이 뭔가 미심쩍었는지 준비 검열을 했는데 건드리는 것마다 문제 투성이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첫 번째 숙소에 어떻게 갈 것인가부터 곱게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아파트를 잡았는데, 열쇠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받으려고 하느냐는 물음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저는 방만 예약하면 다 되는 줄 알았거든요.
숙소에서 연락이 안 왔느냐는 질문에는 더 할 말이 없더라구요.
사실 아주 오래 전에 각각의 숙소마다 체크인은 몇 시에 할 거냐부터 시작해서 이러쿵저러쿵 묻는 메일이 왔었는데 제가 개무시했거든요.
이게 맨 영어로만 돼 있어서 머리가 터져나가더라구요.
다음에 하지 뭐 하고 미뤄뒀었지요.

엊그제 뒤늦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셔틀을 원한다고요.
첨에는 전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 했는데, 날도 더운데 첫날부터 개고생할 필요는 없겠더라구요.
답장이 왔습니다.
Mr. Bruno라는 사람이 제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을 거라네요.
울가족들이 저 때문에 해외여행 가서 국제 미아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도록 기억 저~편 아른거리는 'I am a boy.'라도 짜내 보겠습니다.
'오~올! 울아빠 쓸만한데~' 이런 말이 나올지 누가 압니까?
휴가들 잘 보내세요. ~^.^~

♥저마다의 청춘♥

다른 나라의 청춘이 궁금해 미얀마로 떠났다.
대학생활은 생각만큼 즐겁지 않았다.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하려니 꼭 고등학교의 연장선 같았다.
그렇게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에 미얀마 봉사활동에 지원했지원했다.
면접관이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했는데 당신이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나요?''
당황한 나머지 진심을 내뱉고 말았다.
''지금 제가 아는 게 이십대의 전부라면 실망할 듯합니다. 다른 나라의 청춘은 어떤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결국 나는 미얀마로 향했다.
옛 수도 양곤에선 많은 청춘을 만났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고향을 등지고 온 사람, 선진국 언어를 배워 큰돈을 벌겠다는 이도 있었다.
고된 환경에도 악착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내 고민은 한낱 투정에 불과했다.
하루는 뻬이네빈이란 산골을 찾았다.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매끼 장작을 패고, 밤에 TV가 있는 집에 모여 드라마를 시청했다.
청년들은 해 뜨면 차 밭에 나가 어린 잎을 따고, 돌아와서 잎을 말렸다.
광주리를 인 친구들 틈에 섞여 노닥거리길 며칠, 부족 언어와 한국어를 서로 가르쳐 주고 함께 물을 길어 오기도 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말없이 가르쳐 주었다.
누구든 저마다의 청춘을 보낸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세상이라는 바둑판에 나만의 바둑을 둘 준비를 한다.
미얀마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송진우 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