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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랍비의 여행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06|조회수69 목록 댓글 0

4일 동안 묵었던 숙소를 정리하고 또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로마를 떠나기 전에 축구팬인 울아들을 위해 'AS로마'의 홈 구장을 찾았습니다.
올림픽 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하다 보니 AS로마를 나타내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지만, 올림픽 경기장의 이모저모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로 향하는 길은 주말답게 한가합니다.
북쪽보다는 로마 방향으로 가는 차들이 많습니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는지 캠핑카들이 줄을 잇습니다.
울각시가 캠핑카 세는 재미에 빠졌는데 잠깐 사이에 50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로마를 벗어나면서 시작된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와 옥수수 밭들, 구릉지대를 개간하여 만든 경사지의 농촌 마을 풍경들에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아펜디노 산맥을 향하다 보니 산들과 구릉지대들이 점점 더 높이 이어집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원지로도 이름난 곳이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같은 유명한 예술가들이 모두 이곳 출신입니다.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지붕들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피렌체 대성당은 물론, 그보다 작은 성당들조차 고개를 완전히 꺾어서 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입이 벌어집니다.
기울어진 사탑 하나 보려고 피사까지 그 먼 길을 갔다오려 하느냐는 동기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한 엉터리 블로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달오스떼'라는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도 즐기고, 길거리 버스킹도, 중앙시장의 가죽 제품들도 구경하고, 베키오 다리도 건넜습니다.
베니스까지 가야 하는 여정에 저녁 야경을 볼 수 없음이 아쉬울 뿐입니다.

아페디노 산맥을 관통하는 긴 터널을 지나니 새로운 풍경들이 맞이합니다.
지평선이 끝이 없습니다.
시속 130을 넘나드는 1시간이 넘는 과속에도 불구하고 산 하나 볼 수가 없습니다.
산맥 하나를 두고 주변 풍경이 극과 극입니다.
여행 초보의 눈이 호강합니다.
이틀 연속 강행군 렌터카 여행이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숙소에 들어서서 라면을 먹는 둥 마는 둥 쓰러졌다 일어나니 새벽이네요.
오늘의 베니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

♥랍비의 여행♥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랍비 아키바가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귀와 개가 여행길에 동행했습니다.
밤이 어두워졌습니다.
아키바는 머물 곳을 찾다가 마침 헛간 하나를 발견하고 거기서 밤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갖고 있던 등잔을 켜고 책을 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고 불이 꺼졌습니다.
아키바는 할 수 없이 잠을 청했습니다.

그가 자는 사이 여우가 나타나 개를 물어 죽였습니다.
또 사자가 나타나 나귀를 잡아먹었습니다.
해가 뜨자 그는 등잔만 들고 혼자 길을 떠났습니다.
얼마 후 가까운 마을에 도착했는데 살아있는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날 밤 도둑들이 마을을 습격해 주민들을 전부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아키바는 생각했습니다.
‘만일 바람에 등불이 꺼지지 않았더라면 나도 도둑들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만일 개가 여우에게 물려 죽지 않았더라면 개가 짖어댔을 것이고, 나귀가 사자에게 물려 죽지 않았더라면 나귀가 소란을 피웠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역시 도둑들에게 발각되었을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몽땅 잃었기에 나는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때때로 최악의 상황은 최선으로 통하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이 최악이라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다시 일어서십시오, 그리고 힘찬 발걸음을 내 딛고 걸어봅시다.
우리의 발걸음은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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