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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유쾌한 택시 기사님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07|조회수115 목록 댓글 0

로마를 집어 삼킨 야만족들의 기세도 복잡한 미로로 이루어진 수상 도시 베네치아 공국을 어쩌지 못했던 바로 그 섬나라, 베니스입니다.
전날까지 이틀 동안 이어진 강행군과, 전날 저녁에 벌어진 바보 아빠의 베니스 숙소 찾기와, 베니스 공항 지점에 나홀로 렌탈 차량을 반납하러 갔다가 베니스 미아가 될 뻔한 과정에서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망가져 9시까지 푹 잤습니다.
얽히고 설킨 드라마틱한 입성기는 추후에 못다한 이야기 편에서 계속하기로 하지요.

버스를 타고 베니스 본 섬에 발을 디뎠습니다.
때마침 불어 온 바람이 에어컨 수십대를 켜 놓은 듯합니다.
처음 온 여행지에서는 블로거들의 정보가 좋은 지침이 되곤 하지만 그걸 맹신해서 그대로 답습해서는 내 여행을 한 것이 아니게 되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첫 번째 코스는 Realto 다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다리에 이르는 수많은 미로 같은 골목들 중 어느 걸 택하느냐는 순전히 본인의 몫입니다.
레알토 다리에 이르는 안내 화살표를 따르는 최단거리를 따를 것이냐? 아니면 자신 만의 호기심을 따를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느 길이나 결국에는 레알토 다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알토 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언뜻 태극 문양처럼 크게 둘로 나뉜 본섬 중 한쪽에서 다른 쪽 섬으로 넘어가는 필수 코스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피렌체 다리처럼 각종 보석 가게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건 같지만, 베니스는 유리공예 작품들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동방견문록을 지은 마르코 폴로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는 마르코 폴로 대성당은 인산인해입니다.
여기에서도 성당은 그 어마어마한 크기로 관광객들을 압도합니다.
비둘기들이 관광객들이 흘리는 부스러기 하나에 목숨을 걸고 광장을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뜨거운 광장이 그래도 걸을만 한 것은 이 조그마한 비둘기들의 날개짓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골목골목 수도 없이 널린 곤돌라의 유혹을 피할 순 없습니다.
레알토 다리를 건너기 전이냐? 건넌 이후 다리에 힘이 빠졌을 때이냐의 선후의 문제일 뿐입니다.
저는 후자입니다.
다리가 썽썽할 때 부지런히 걸어다니고 이후 적당한 때를 기다려서 곤돌라를 타는 것도 좋지만, 곤돌라를 타는 기준은 무엇보다 곤돌라를 젖는 사공 곤돌리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멋진 곤돌리에를 만난 그때가 곤돌라를 타야 하는 순간임을 잊지 마세요.
자칫 남들 기다리는 곳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배불뚝이 아저씨 곤돌리에를 만나서 산통 깨지는 수가 있습니다.
즐거운 곤돌라 여행에서 보는 집집마다 붙어있는 수많은 바다 '굴'들과 지금은 물속에 잠긴 계단들에서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베니스의 안타까운 현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회성 관광객들을 탓하는 사람도 있지만 베니스의 볼거리들이 한계에 달했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 미로 같은 수상 도시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틀이고 삼일이고 돌아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관광객들 손 안에 노출된 지금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아 보입니다.
지금과 같은 관광 자원으로 지금과 같은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에게 베니스 여행을 추천했던 분은 2일을 다니셨다는데, 저는 불과 하루로 베니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피렌체에서 하루 밤을 보냈어도 될 뻔했다는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즐거운 주말 되셨는지요?
내일은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밀라노입니다.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는데, 저의 선택을 믿어 보려고요.
이번 주도 행복한 한 주 되세요. ~^.^~

'보릿대...'의 아침단상 369

♥유쾌한 택시 기사님♥

야근으로 인해 막차가 끊긴 한 청년이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택시의 실내는 너무도 깨끗했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는 기사님은 인상이 좋아 보였습니다.
빳빳하게 다려진 푸른 남방에 넥타이, 정갈하게 2:8 가르마를 탄 머리 모양에 흰 장갑을 낀 느낌 자체가 굉장히 깔끔해 보였습니다.

"와~기사님 굉장히 멋쟁이신데요."
"그런 얘기 종종 듣습니다. 허허허... 어디로 모실까요?"
청년은 친절하고 활력이 넘치는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계시다 명예퇴직을 하셨다는 얘기부터 지금의 일을 하게 된 과정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사님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은퇴하고 나니 도저히 집에만 있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때 택시 운전이라는 게 눈에 확 들어왔지요.
손님과 사는 얘기도 나누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 있고 말이죠.
너무 매력적인 직업 아닌가요."

청년은 기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래도 택시 운전이라는 게 고되기도 하고, 주변 분들이 많이 반대했을 것 같은데요."
기사님은 웃으시면서 다시 말했습니다.
"반대도 심했죠. 아쉬운 거 없는 사람이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사람들 보기 부끄럽다는 둥 그런 쓸데없는 잔소리 말이죠.
그런데 사람은 말이죠. 주변의 시선에 부끄러워하기보다 지금 나 스스로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그렇게 스스로가 빛을 발할 때 언제 어디서나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에게 최고의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나 자신을 먼저 최고의 사람으로 대해보세요.
어떤 환경에서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열심히 노력할 때 스스로 빛날 것이며, 다른 이들도 그 가치를 알아봐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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