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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나는 그를 버릴 수 없다.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10|조회수60 목록 댓글 0

두브로브니크는 작은 휴양도시라 관광을 목적으로 한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를 이틀을 잡은 데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발칸 반도의 흑진주라 불리는 몬테네그로의 방문입니다.
어제 새벽 같이 일어나서 멘붕에 빠져가며 크로아티아로 넘어 온데다,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에 힘을 많이 뺐는지 늦잠을 잔 끝에 11시가 다 돼서야 숙소를 나섰습니다.
몬테네그로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에 차들이 몰리면서 시간을 또 꽤 잡아먹었습니다.

코토르만에 들어서서 헤르체그노비로부터 코토르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맛이 그만입니다.
달린다기보다는 가다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전에 멋진 뷰를 얻었다 싶은데 한 굽이를 돌고, 또 한 굽이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을 잊었습니다.
몬테네그로라는 말은 몬테(산)와 네그로(검다)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검은 산'이라는 말로, 작은 관목이 군데군데 자랄 뿐 거대한 어두운 회색빛을 띤 바위산이 압권입니다.
무적의 로마 병사들까지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는 이 압도하는 회색빛 바위산과 코토르만의 짙푸른 바다, 그리고 깍아지른 절벽에 자리한 붉은 지붕의 집들이 빚어내는 비경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코토르에 이르는 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 데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수십 번 상을 뒤집고도 남을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 점심을 마치고 나니 벌써 오후 네 시가 넘었습니다.
코토르 성벽 투어는 깍아지른 절벽이라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돌아서는 길에 페라스트라는 곳에 아주 잠시 멈춰섰습니다.
성모화를 모시기 위해 200여 년 동안 돌 하나하나를 쌓아서 만들었다는 인공섬이 있는 곳입니다.
다음 일정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넘어갔다가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아오는 장거리 여정이라 차마 배를 타고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보스니아로 들어가는 길은 회색빛 검은 산자락을 넘는 길입니다.
어느덧 가을을 타기 시작한 거대한 넓은 협곡은 나그네를 겸손해 지게 만듭니다.
그 깊은 검은 땅마저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또 한 번 삶은 살아지는 것임을 느낍니다.
보스니아로 들어가는 검문소의 긴 차량 행렬을 벗어나자 길은 쏜살같이 달려 내려갑니다.
추수가 끝난 들판의 누런 흔적들과 곳곳에 흩어진 바위들이 서부영화에서나 봄직한 황량한 사막지대를 연상케 합니다.
평지인 듯 싶었던 고원지대가 끝나고 길은 다시 먼 아래 푸른빛이 펼쳐진 곳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푸른 포도나무가 넓게 펼쳐진 땅에 보스니아의 목적지 트레비네가 있습니다.
정교회의 높은 교회당을 올려다 보는 곳에 자리한 조그맣고 조용한 도시입니다.
도시를 가로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와 도로 옆으로 넓은 인도까지 갖춘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곳입니다.
소하천 위 사람들이 지나는 다리가 이채롭습니다.
도시를 벗어나 속도를 내려하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차 두 대가 연달아 상향등을 깜빡입니다.
90년대나 하던 우리의 행동이라 혹시나 싶어 속도를 지키는데, 아니나다를까 과속 단속에 걸린 차가 거미줄에 걸린 벌레 신세입니다.

다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는 길은 검은 산 뒤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붉은 해와 함께했습니다.
길 양 옆 바위들과 나무들이 병풍이 되어 한참 동안 이어지는 포근한 길입니다.
그 길을 따라 국경선 근처에 이르자 폐허가 된 집들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발칸반도를 휩쓴 종족 분쟁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어 잠시 안타까웠습니다.
보스니아 땅에 잠시 멈춰서서 아드리아해를 품에 안은 크로아티아의 산골 마을을 담았습니다.
대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 어느 곳이라도 사람들의 숨결이 함께함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두 번째 밤은 깊고 편안할 것 같습니다. 이만 총총~~ ~^.^~

♥나는 그를 버릴 수 없다♥

어느 고승 문하에 백여 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문하생이 동료의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동료들이 그를 쫓아내고자 했으나 고승은 거절했습니다.
얼마 후 도난사건이 또 생기자 문하생들이 들고일어나 그를 내쫓지 않으면 자기들이 나가겠다고 항의했습니다.

고승은 전 문하생들을 불러놓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래, 너희들은 현명하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능력은 하늘이 내린 복이다.
너희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잘못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이 녀석을 내가 가르치지 않고 쫓아낸다면 어디서 무엇을 배워 구제받겠느냐?
너희들 모두가 이 절을 떠난다 해도 나는 이 녀석을 포기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명언/김원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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