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마음의 교양

우리 방앗간도 수입산 쓰지?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8.14|조회수92 목록 댓글 0

크로아티아 여행의 백미인 플리트비체 호수를 보는 날입니다.
전날 체크인을 하면서 주인 아저씨로부터 주차와 표 구입, H코스를 도는 방법까지 확인한 터라 헤매지 않고 멋진 하루를 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자신만만함은 입구 2를 10분 거리만큼이나 지나치면서 산통 깨지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늦은 시간 이상으로 주차할 장소를 찾고 표를 사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결국 10시쯤에는 맨 위 호수를 출발할 수 있으려나 하는 처음의 기대는 까마득히 물 건너 가버리고 12시 반쯤에야 겨우 푸른 호수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울가족 모두 피곤한 상태라 맨 위로부터 아래 방향인 H코스를 택하긴 했지만 가장 긴 코스라 대략 오후 6시쯤 끝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여기도 크르카 국립공원처럼 한 종류의 물고기에 야생 오리가 관광객들이 떨궈 주는 빵 조각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리가 주변에 널리고 널린 물고기들을 한 번이라도 잡아먹은 적도 없는지 둘은 서로 몰려다닙니다.
크르카에서는 무화과 나무 천지였는데, 여긴 무화과 나무는 눈 씻고 봐도 없고 대신 머우대입니다.
국립공원 전체가 머우대 밭인데, 이렇게 많은 머우대는 첨입니다.

수많은 호수마다 환상적인 색깔을 자랑하는데, 석회질이 바닥에 쌓여서 그렇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호수들이 빚어내는 신비로움이 석회질 한 가지 때문이라고 싹뚝 단정지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파란 하늘 한 조각과 식물들이 드리운 푸른 녹색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조화는 아닐까요?
구름이 잔뜩 끼어 은근 쌀쌀하기까지 한 날씨 덕분에 걷기는 그만인데, 햇빛 가득 머금은 호수는 또 어떤 마술을 부렸을까요?
더우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면 그뿐인 것을...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 때는 또 얼마나 멋진 자태를 선보일지 도무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최초 출발지인 P3에서 3시간 여만에 P2까지 왔습니다.
여기에서는 배를 타고 더 하류인 P1으로 갈 것인지, 주차장으로 갈 수 있는 P2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걸 너무 많이 봐도 식상하는 법이죠.
울아들이 이런 걸 또 계속 봐야 되냐고 볼멘 소리를 한 것처럼 아마도 계속해서 이 정도로 좋은 거라면 지금까지 본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P1으로 이어지는 길은 지금까지 와는 사뭇 다른 뷰를 선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깊은 계곡이 만들어지는데, 짙고 옅은 에메랄드 빛 호수들이 절벽과 어우러져 그 강렬함을 더합니다.
P3에서 P2까지를 여성다움에 비유한다면, P1까지는 남성답다고나 할까요?
호수에서 호수로 이어지는 물길이 높아져 가고, 상류의 호수가 아닌 바위 절벽에서 호수로 쏟아져 내리는 유일한 폭포까지 보고 돌아서는 발길이 후회가 없습니다.
그렇게 끝났는가 싶어 셔틀버스가 기다리는 P1으로 향하는 길에 마지막 반전이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지나 온 길이 얼마나 아름다운 길이었는지 다시 한 번 반추하게 만드는 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 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마다의 인생길이 아름다웠기를 바랍니다. ~^.^~

♥우리 방앗간도 수입산 쓰지?♥

''우리 방앗간도 수입산 쓰지?''
어느 날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인상을 쓰며 말했습니다.
''수입산으로 떡을 만들었으면 우리 애들한테 매일 갖다 주지도 않아.
며느리라는 사람이 아직도 아버지를 몰라?''

시부모님은 시장에서 삼십 년 넘게 떡방앗간을 하십니다.
사 남매를 대학 보내고 결혼시킬 수 있었던 것도 방앗간 덕분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장사가 안 되었습니다.
수입산 재료로 떡을 만드는 방앗간도 생겨났지요.
나는 남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국내산은 수입산보다 2~3배 비싸면서 양은 적으니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얼마 전, 방앗간에 가스가 끊겼습니다.
남편이 비상금을 털어 해결하는 걸 보고 나는 의아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방앗간 문을 여시는데도 적자를 면치 못하니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사정을 알았습니다.
방앗간에 가 보니 아버님께서 호박을 자르고 계셨지요.
한쪽에는 선명한 노란색 호박이 놓여 있었고요.
아버님을 도우려고 그 호박을 집어 들자 아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그건 수입산이다. 친구가 한번 써 보라고 주더구나.
그런데 난 그거 못 쓰겠다. 떡 만드는 사람은 우리 것을 써야지...''
재료비가 비싸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우리 것을 지키시는 아버님의 마음과 고집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웠습니다.
하루빨리 우리 것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힘겨워 하시는 시부모님 방앗간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뿐입니다.
-고마워 좋은생각/월간 좋은생각 김지현 님 사연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