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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엄마 손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9.03|조회수82 목록 댓글 0

여행 중에 문제가 생겼던 무릎이 차도가 없습니다.
이러다 낫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결국 병원에 갔습니다.
연골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네요.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갈 것이지 미련 곰탱이처럼 2주 넘게 참다가 병을 키운 것 같습니다.
몸이 이러니 운동은 글렀습니다.
황금 같은 가을 주말에 운동을 못 한다는 건 불행입니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을 제가 아니죠.
울엄마랑 나들이를 갔습니다.
양평 용문사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주말인데도 도로는 여유가 넘쳤습니다.
점심은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광이원입니다.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맛집입니다.
반찬을 내 올 때마다 하나하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을 해 줍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지요.
울엄마도 맛있는지 그릇을 싹싹 다 비우셨습니다.
수많은 장독대와 바로 옆 풀향기 허브나라 입구가 눈길을 끕니다.

용문사 주차장에 들어서니 안 보이던 차들이 다 여기에 있었습니다.
꽃 피는 봄도 아니고 단풍철도 아닌데 웬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지 놀라울 정돕니다.
용문사까지는 1km입니다.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울엄마 손 꼭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뗐습니다.
새로 포장을 하면서 계곡 반대편으로 길 바로 옆에 작은 도랑을 만들어서 물이 흘러 내리도록 만들어 놨네요.
좌우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가 길을 걷는 내내 시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용문사 바로 전에 가게가 있습니다.
한 번에 오르기가 그래서 잠시 쉬었습니다.
엄청 큰 도토리 나무가 연신 도토리들을 떨구고 있습니다.
가만 보면 갈색이 아니라 아직 푸른 걸 보니 어딘가 벌레 먹은 것들입니다.
오랜 세월 터득한 나무들의 가을 준비입니다.

용문사 은행나무를 오랜만에 봤습니다.
천년 세월을 살아 온 나무입니다.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네요.
여전히 알 굵은 은행들을 달고 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의 삶은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울엄마가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을 보며 연신 감탄을 토해내시네요.
구불구불한 정원수도 멋있지만 하늘을 뚫고 곧장 자라난 소나무들에 비할까요?
모진 풍파들을 헤치고 저렇게 곧고 높이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싶었습니다.
과연 우리 사람들에게 저렇게 오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용문사 은행나무나 소나무들처럼 곧을 수 있을까요?
신의 행세나 안 하면...?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

♥엄마 손♥

아장아장 걸을 땐
엄마 손을
잡았었는데...

언제부턴가
주름지고
가냘픈 손이
내 손을
꼬옥 잡는다.

힘은 없어 보이는데
포근한 손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울형/강동 경희대 한방병원에서(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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