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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교양

세심한 배려

작성자희망의미소(박영훈)|작성시간17.09.08|조회수53 목록 댓글 0

어제 저녁에 삼각지에서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뒷쪽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않지 않고 그냥 서 있습니다.
그럴만도 한 게, 젊은 사람인데 엄청 뚱띵뚱띵한데다 술에 만땅으로 취해서 늘어져 자고 있더라구요.
옆자리를 살짝 넘은데다 술에 취해 있으니 행여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까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 친구가 자기 몸을 주체를 못하더라구요.
엉덩이를 바짝 당겨 앉으면 좀 덜하련만, 살이 출렁거려서 그런 건지 버스가 정지할 때 앞으로 쏠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몸뚱아리가 물처럼 흘러내리는 거 있죠.
나중에 참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측은한 맘으로 보니 웃음이 픽 나더라구요.

저 지금 한가하게 남 얘기할 때가 아닙니다.
무릎 연골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별 건 아니고요, 그냥 허벅지 근력 강화 운동입니다.
허벅지 근력을 키우면 이게 무릎 연골을 팽팽하게 땡겨 주는 효과가 생겨서 연골 마찰을 줄일 수 있다네요.
관절도 그렇고, 연골도 그렇고, 비만도 그렇고 결국은 허벅지네요.
손으로 딱 만져봐도 완전 물입니다.
예전의 땡땡함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흐물흐물합니다.
가벼운 무게부터 시작하는데도 몇 개 하기가 힘드네요.
건강의 소중함을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건 못 느끼고 살 때가 좋은 거지만 그래도 더 심하기 전에 알게 된 걸 보니 아직도 운빨이 살아 있네요.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

♥세심한 배려♥

''세심해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굉장히 예민해요.
잠깐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니까요.''
임용고시 감독을 앞둔 회의에서는 신중할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시험 직전, 모든 전자기기를 걷었다.
한 수험생이 물었다.
''전자 초시계도 안 되나요?''
''물론이죠. 아날로그 시계 빼고 다 제출하세요.''
''저는 그걸로 연습했는데요.''
그때 뒷자리 여학생이 ''저 손목시계 두 개 가져왔어요.'' 하며 하나를 건네주었다.
앞자리 수험생은 불안과 짜증이 섞인 얼굴로 시계를 받았다.
본인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을 텐데 여분의 손목시계를 준비해 나눠 준 뒷자리 여학생의 너그러움이 마음에 와 닿았다.

2교시가 되니 시계를 건네준 여학생 자리에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여학생은 햇빛을 가리며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아뿔싸, 햇볕 생각을 못했다.
눈이 부시느라 제대로 집중을 못할 터였다.
나는 지금 커튼을 치는 게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마음만 졸였다.
점심시간에 두꺼운 도화지를 창에 붙여 햇빛을 가려 주었다.
3교시 시험지를 나눠 줄 때 여학생에게 말했다.
''아까 햇빛 때문에 시험 보는 데 힘들었지요?''
''아니요, 괜찮았습니다!''
새하얀 미소에 또 감탄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랐다.

얼마 후, 올케 집에 들렀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지인 딸이 이번에 아가씨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임용고시 보고 합격했대요.
감독관이 참 잘해 줬다네요.''
이름을 물으니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며칠 뒤 여학생이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를 전해 받았다.
''시험 날, 너무 떨렸는데 배려하고 격려해 주셔서 편안히 시험 보고 합격했습니다.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꼭 전해 주세요.''
-고마워 좋은생각/김영숙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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