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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 월간 플래툰 홍희범 편집장
본 문 : 월간 플래툰 이상언 기자
사 진 : 조선닷컴 포토DB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 1월 20일, 용산구 한강로 3가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다. 필자와 아래 본문을 쓴 이상언 기자가 몸담은 ‘월간 플래툰’은 창간 이래 줄곧 군과 경찰의 활동과 모습을 취재해온 잡지이다. 이번에 순직한 경찰특공대원 김남훈 경사가 속한 경찰특공대 역시 본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취재했던 조직이기에 고인의 부고는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가슴 아픈 소식이기도 하다. 아마 김 경사의 생전의 모습 역시 본지에 실린 많은 경찰 특공대원들의 사진 속에 섞여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은 2004년까지 본지 편집부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에서 매우 가깝다. 즉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잡지를 만들며 많은 기자와 필진들이 오고가며 눈에 익힌 풍경의 일부였기에 비록 지금의 사무실은 다른 곳이라고 하지만 사고로 희생된 분들이 남이 아니라 같은 지역의 이웃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감정적으로 무척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감정만으로 사건을 바라봐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고인의 명복에 도움이 될 일도 더더욱 아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용산 참사는 단순히 경찰과 철거민, 누가 잘못했는지로 끝날 문제가 아니며 한국 사회 전체에 걸친 많은 문제가 얽힌 복잡한 사건이다. 그러나 본지는 사회문제를 파헤치거나 법적 책임을 따지는 입장에 있지 않다. 그런 영역은 각 해당분야 전문가들의 몫이며, 본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특별 기획기사를 시작하고자 한다.
이 기사를 시작으로 본지 기자, 그리고 필진등을 통해 본지는 경찰대 철거민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경찰의 활동에 대한 전문영역으로 시야를 좁히고자 한다. 즉 경찰의 안전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치안활동에 무엇이 필요할지를 생각하는 참고자료를 만들고자 한다.
또한 현재까지 입수된 자료와 정보를 토대로 구성된 이 기사는 오류나 착오도 있을 수 있으며 이런 부분들은 후에 보충하거나 교정될 수 있다.
경찰특공대란 어떤 조직인가?
경찰특공대는 경우에 따라 KNP 868과 KNP SWAT라는 두 가지 약칭으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창설 당시의 명칭이기도 한 868부대의 영문 표기인 KNP 868이 정확한 명칭이다. KNP라는 글자는 대한민국 국립경찰(Korea National Police)의 줄임말 부분으로 공통되게 사용되며 868은 이 부대가 창설된 목적인 86, 88 올림픽에서의 대테러작전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창설 이후 이 부대는 줄곧 868부대라는 명칭으로 불리워 왔는데 SBS 드라마 경찰특공대 방영 이후 드라마에서 사용된 KP-SWAT이라는 명칭과 부대마크를 실제 부대가 사용하게 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테러 특수부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적인 이미지처럼 이 부대 역시 평소 색깔 때문에 흑복이라 불리우는 검은 색 옷과 마스크에 헬멧과 방탄복까지 검은색 계열로 맞춘 모습으로 훈련과 작전에 임하는 부대이다. 그렇다면 겉보기에 비슷한 부대인 육군 특전사의 707 특수임무부대(특임대)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707 특임대는 군 소속으로 특전사령관 직속부대이며 군의 명령지휘계통을 따르고 군사적 해결이 필요한 작전에 투입된다. 군의 특수부대와 경찰의 특수부대인 경찰특공대는 대테러 임무라는 공통임무를 지니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합동하거나 작전영역을 나누게 된다. 지난 2000년 아셈 회의와 같은 경우 경찰특공대는 본회의장 외부, 707 특임대는 본희의장 내부의 상황에 대응하는 임무가 주어졌었다. 경찰특공대가 본회의장 외부를 전담하게 된 부분은 대테러 상황이라 하더라도 민간인들이 있는 서울시내에서 군 특수부대보다 임무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서울 시내 지형지물에 대한 적응력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시위진압작전에 왜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가?
우선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작전에 투입된 전례를 살펴보자.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작전에 투입된 상황으로는 알려진 바와 같이 1996년 연세대 시위 당시 투입이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당시 경찰특공대는 헬기를 이용하여 당시 연세대 종합관-과학관 점거 당시 건물 옥상에 진입하여 옥상에서 건물 아래로 투석을 하며 저항하던 학생 시위대를 제압하는 역할을 하였다. 1998년에는 조계사 분규에 투입되었으며 2007년 7월에는 롯데호텔 노조 파업에 투입되는 등 많은 상황에 투입되어왔다. 테러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특수부대를 대학교를 점거한 시위대 진압 등 각종 시위상황에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각종 시위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1996년 연세대 시위 이후 많은 상황에 투입되어 왔는데 대부분의 상황이 건물을 점거한 상황이었다. 이례적인 경우가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6월 1일 시위현장에 투입된 경우인데 경찰특공대의 특수한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위에 참가한 시민 인파에 비해 현장에 있는 경찰력이 한계에 도달하여 궁여지책으로 투입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경우 외에 경찰특공대가 진압작전에 투입되는 경우는 시위대가 건물 내에서 농성을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경찰은 시위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의경을 중심으로 하는 기동대 경력을 운용해 왔다. 경찰 기동대는 대규모 집회, 학생 시위, 노조 파업 등을 진압하는 부대로서 차도나 공원 등 대규모 시위대가 운집한 상황에 대응해 왔다. 이들 경찰 기동대는 해외 경찰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강력한 시위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평지에서 전개되는 투석이나 화염병 등에 제한된 훈련과 실제 경험 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시위대가 밀폐된 건물이나 고층 건물을 점거한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는 속수무책의 경우가 많았다.

건물 점거농성의 경우 건물 1층에서만 접근해서는 진압하는 쪽에 어려움이 크다. 안전하며 효과적인 진압을 위해서는 건물 상층부에서 동시에 작전을 전개해야 하는데 일반 경찰 기동대에는 그런 능력을 가진 부대가 없었다. 1996년 연세대 사태 당시에도 학생 시위대가 점거한 과학관-종합관은 옥상에서 던지는 화염병과 돌에 막힌 경찰 부대가 학내에 진입했다가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만 했다. 경찰은 이미 1989년 5월 동의대학교에서 건물점거 상황에 일반 기동대를 투입했다가 7명이 현장에서 순직하는 참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일반 경찰이나 전의경의 능력으로는 건물 점거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건물 옥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대는 경찰 내에서 경찰 특공대가 유일한 부대였다. 학생시위 진압에 테러리스트 진압을 위해 훈련한 사격능력이 아니라 건물 옥상부에 헬기를 이용하여 투입되는 고난이도의 기동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후 경찰특공대는 건물 점거 상황에서 일반적인 경찰능력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돌파구를 마련하는 부대가 되었다.
868 이라는 정식 부대명이 말해주듯이 창설 초기에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등의 대규모 대회 경비와 테러 대응이 임무였지만 SWAT라는 별칭이 더 유명해졌듯이 실제로는 테러 뿐 아니라 일반 경찰관이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 주로 투입되었다. 여론적으로 대테러부대가 시위상황에 투입되는 것은 과도한 진압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테러부대가 그 특기를 살려서 기관단총과 섬광 수류탄 등으로 무장하고 시위진압에 투입된다면 분명 과도한 진압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시위나 기타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 특공대원은 대테러 장비가 아닌 시위진압장비를 갖추거나 맨손으로 임무에 투입되어 왔다. 이와 같은 경우 경찰관이 경찰의 임무를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찰특공대를 대신할 부대를 만들 필요는 없을까?
문제는 없다... 분명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임무 외의 상황에 투입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찰특공대 운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일단 경찰특공대의 가치와 능력을 생각해 보자. 경찰특공대는 창설 당시부터 지금까지 경찰 내 최고 능력의 부대로서 특수임무를 책임지고 있고 그 때문에 무장 대응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북한군이나 외국의 테러리스트가 국내에서 중무장을 한 상태로 테러를 일으켰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경찰력이다. 이런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이나 자살소동 등의 사건상황에 투입되는 것은 그만큼 유사시에 대한 경찰의 위기대응능력에 공백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경찰특공대가 소수정예인 점도 생각해야 한다. 대테러작전을 일컫는 속어 중에 '외과수술'이라는 표현이 있다. 대테러작전이 의사의 외과수술 만큼이나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으며 정밀함과 능숙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집회나 시위, 각종 사회적 사안이 많은 나라에서 경찰특공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여 계속해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결국 위기대응능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집회나 사건현장에서 긴 시간 동안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정신력과 체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테러리스트의 테러나 총기탈영병 사건이 발생한다면 경찰특공대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찰특공대는 경찰 내에서 건물을 점거한 상황이나 용의자가 무장, 위험물질을 소지한 상황 등에 대해 가장 높은 대응능력을 갖춘 부대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기관단총과 저격총 등으로 무장하고 테러 상황을 진압하는 쪽이 더 어울릴 경찰특공대가 건물점거농성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시위현장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의 뛰어난 사격실력은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경찰의 진압작전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시위대에게 '내가 테러리스트라도 된 거냐'와 같은 반발심과 적개심을 일으키게 한다는 역효과마저 발생시킨다.
경찰특공대의 긴급상황 대응능력을 저해시키고 경찰의 이미지에 역효과가 있다면 시위진압을 전문 임무로 하는 기동대 부대에게 건물점거와 같은 특수상황에 대한 능력을 갖추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90년대 초반에는 대학시위에 일일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기보다 기존의 전의경 기동대에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이 검토된 적이 있었다. 의경 기동대 중 일부 대원에게 육군 특공대나 타 특수부대에 위탁교육으로 라펠링 등의 훈련을 거치게 하여 건물점거상황 진압에서 어느정도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방법은 현재 시위진압 기동대의 주인원이 전의경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전의경은 2009년도에 22개 중대를 해체하는 등 점점 부대와 인원을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본다면 구태여 전의경 기동대에게 이와 같은 임무를 부여하거나 특수임무부대를 새로이 창설하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작년에 창설된 경찰관 기동대에게 특수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가지게 하는 쪽이 효율적이다. 제안할 수 있는 것은 경찰특공대를 보조하는 성격의 경찰관 기동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설명을 위한 가상의 부대이므로 본문에서는 편의상 A기동대라 호칭하겠다. A기동대는 다른 경찰관 기동대와 마찬가지로 기동본부 아래 기동대로 구성되므로 기동본부장의 지휘를 받아 시위현장에서 경찰특공대보다 더욱 유연히 운용될 수 있다. 지휘체계상 상위 절차를 거쳐서 출동해야 하는 경찰특공대보다 과정 상의 부담도 줄어드는 셈이다. A기동대의 구성인원은 경찰관 기동대 경력 중에서 지원자를 받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색다른 제안을 해보고 싶다. 경찰특공대 지원자 중 비선발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경찰특공대는 최정예부대인 만큼 각군 특수부대 출신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높은 부대로 매번 많은 지원자가 경찰특공대가 되지 못 해서 다음 기회를 기다리거나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경찰특공대의 지원자격의 수준이 있기 때문에 선발되지 않은 지원자라 하더라도 신체와 정신적으로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이가 많기 때문에 이들 중 희망자가 A기동대 대원으로 근무한다면 현재 경찰특공대를 필요로 하는 고층건물 침투능력이나 위기상황 대응 부대로서 훈련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럴 경우 A기동대는 경찰특공대의 영역을 보조하는 부대로서 경찰특공대의 임무 부담을 덜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경찰특공대의 임무에 필요한 인원을 보충하는 예비부대로서도 활동할 수 있다. 반대로 경찰특공대 대원 중에서 경찰특공대가 아닌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은 경찰관들이 근무할 수 있는 부대가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찌 보면 프로야구의 1군, 2군 개념과 비슷하게 볼 수도 있겠다.
일본의 경찰은 어떤 조직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경찰 조직에는 한국 경찰의 기동대와 유사한 기동대가 있다. 한국의 경찰 기동대가 일본의 경찰 기동대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일본 경찰의 기동대는 선배격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조직구성과 임무 등에서 한국의 경찰 기동대와 닮은 점이 많은 이들 일본 경찰 기동대는 80년대 초반까지 좌익단체, 대학생들의 시위 현장에서 격렬한 상황에 맞서 투입되어 왔다. 이후 시위 상황이 줄어들면서 일본 경찰은 격렬한 시위 진압의 부담감이 줄어든 기동대 조직을 해체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특화된 조직으로 재편하였다. 총기무장 상황, 화생방 상황, 폭발물 처리 상황 등 여러가지 상황에 대응하는 전문 능력을 갖춘 부대를 '기능별 부대(機能別部隊)'라고 명칭한다.
이런 기능별 부대가 일본 경찰 만의 고유한 아이디어의 결과물은 아니다. 한국경찰의 기동대 조직 역시 일반적 시위상황, 화염병 등을 사용하는 강력시위상황, 교통정리, 여성시위자 대응 등에 대응하는 각각의 부대임무를 설정하여 부대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어느정도 수준의 부대별 기능별 특화는 진행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로 상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아닌 건물을 중심으로 한 입체적 시위, 농성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기능부대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일본경찰에는 기동대 외에도 한국경찰의 경찰특공대와 같이 테러상황 등 특수상황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SAT(특수급습부대)가 있다. 그러나 일본 경찰은 일반경찰관이나 기동대 경찰력이 대응하기 힘든 상황, 예를 들어 건물점거농성이나 폭발물 위협상황 등에 SAT 만을 투입해서 해결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무기대응부대, 화생방기동대 등의 기동대 내부 부대나 SIT(특수 수사반)을 투입하여 상황을 해결한다. SAT는 현장 상황에 따라 후방지원을 하거나 유사시의 상황을 대비하는 형태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경찰의 이러한 현장상황 대응요령은 한국경찰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부대 창설, 진압훈련 강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 개념의 강화이다.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에 투입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나 경찰관 기동대의 능력 강화 등에 대한 관심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경찰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 현장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임무 수행 중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상황들을 보면 경찰 수뇌부가 경찰특공대원과 현장의 경찰관들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앞서 경찰특공대가 시위진압작전에 참가한 케이스로 언급한 1996년에는 시위진압 과정에서 옥상의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럭에 머리를 맞은 김종희 의경이 사망하였고, 1998년에는 조계사 총무원 청사에 진입하던 경찰 특공대원 5명이 건물 상층부에 진입하기 위해 고가차량을 이용하여 진입하던 중 사다리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추락하여 2명이 중상을 입는 인명피해를 입었다. 1996년에 사망한 김종희 의경은 당시 다른 기동대원들과 함께 방패를 머리 위로 올려 옥상에서 떨어지는 투석 등에 대비하는 방어자세로 건물에 진입하였지만 추락한 벽돌블럭이 방패를 부수고 두부를 강타하였다. 부상 직후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경찰이 사용하던 FRP 방패는 사람이 던지는 돌을 막을 수 있는 방어장비이지 건물 옥상에서 낙하하는 물체의 운동 에너지를 막아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당시 경찰은 시위대의 투석을 물리학적 측면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1998년에 고가차량으로 진입하던 경찰 특공대원들의 경우 역시 외부 충격에 약한 사다리지지대가 조계사에서 농성 중이던 시위대의 타격에 의해 무너질 것을 예상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 두 경우는 시위진압 도중 극한 상황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약점을 드러내며 진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작전행동이라는 설명의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경찰특공대원을 비롯한 일선 경찰관이 위험에 노출되어 희생을 치룬 것이 시위현장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경찰이 근무하는 모든 영역에서 경찰관을 위한 안전대책 부족이 가져오는 결과는 사실 심각한 것이다.
지 난 2008년 6월에는 부산 경찰특공대 전성우 경사가 자살을 시도하던 임모씨를 설득하던 도중 함께 추락하여 순직하였고 같은 해 9월에는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사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중 사망하였다. 전성우 경사는 자살을 시도하던 남자를 설득하기 위해 경찰복 대신 소방관복으로 변장하고 옥상에서 45여분간 설득을 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던 임모씨가 손을 잡고 함께 추락하는 바람에 순직했다. 목포해경의 박경조 경사는 해경의 단속을 막는 중국선원의 공격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은 채 바다에 빠져 순직하였다. 이 두 경우는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상황에서 경찰관의 안전을 위한 대책과 준비가 불충분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설명해 준다.
실제 경찰 지휘부에서 경찰특공대원이나 일선 경찰관들의 능력을 어떤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훈련을 쌓았으며 경험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 찰특공대는 우수한 부대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그들을 투입하며 촉박한 시간 안에 장비나 도구의 준비없이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총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 앞에 방탄복도 안 입히고 투입하면서 "총에 맞기 전에 먼저 적을 쏘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지 위험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이 아니다. 경찰 스스로가 경찰관의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이 번 참사의 경우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을 도심에서 과격한 농성을 벌인 전문단체원으로 보는 의견도 있고 극한 상황에 몰려 저항하던 철거민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부분이며 본지의 전문 영역이 아니므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이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매우 위험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철거민들이 위험물질을 이용한 과격행위를 일삼아 오던 전문데모꾼이라고 보자. 그런 위험한 인물들이 위험물질을 가득 채운 망루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에 경찰부대를 내부에 진입시킨다는 것은 맹수의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조련사가 연상될 정도로 위험한 행동이다.
반대로 극한 상황에 몰려 농성을 선택한 서민이라고 본다면 다를까. 평생 데모 한번 안 해본 평범한 서민이라 하더라도 위험성은 마찬가지이다. 현장에서 공개된 여러 매체의 영상을 보면 당시 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새총을 사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서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제 새총과 쇠구슬, 화염병과 시너 등의 인화물질은 분명 위협적이며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사망자를 발생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이러한 위험물질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사용하게 된다면 '전문꾼'이 사용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사고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오히려 전문꾼이라면 진압경찰 만을 공격할 수 있지만 화염병 등으로 시위를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명마저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점거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쪽이라 해도 내부에 진입하기 위험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이 안에 들어가지 않아야 했을까? 답은 바로 그것이다. 경찰특공대가 아니라 그 어느 부대가 현장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안에 들어가지 않았어야 한다. 해외 특수부대의 성공사례나 영화 속 특수부대의 활약을 보면 빠른 시간 안에 신속히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점거농성이나 테러진압의 경우 작전 자체는 신속히 진행되더라도 그 과정까지는 항상 준비와 협상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신속해야 하는 것은 '외과수술'에 비유되는 돌입순간이지 돌입 전까지의 진행상황이 아니다.
물론 긴급하게 돌입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 경찰측의 고뇌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조금만 더 준비를 하고 심사숙고를 했으면 어떨까? 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