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나무가 진실로 위대한 점은? 줄기세포만 살아있으면, 해마다 혁신 혁명을 한다는 점이다. 인간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해도 아직 줄기세포를 이용한 몸의 재생은 '희망사항'일뿐이다. 나무는 그걸 해마다 수줍게 보여준다. 연둣빛이거나 초록이거나 꽃봉오리 꽃송이로 보여준다. 나는 그것을 '잎싹, 꽃싹'이라 명명한다. 동물은, 자기 본체의 복제 방법으로 아기를 낳아 기르는 것으로 대체하는데, 식물에게 있어서 그건 일도 아니다.
한겨울 웅크리고 있는 나무는 "봄아, 오기만 해봐라!"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혁명 파노라마를 펼쳐보인다. 그 혁명기의 봄, 봄산에서 무상으로 무람없이 마주치는 새싹들! 새싹은 외친다. '누가 뭐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고!'
일찌기 그 새싹의 진가를 높이 알아본 석가세존의 제자들이 《반야바라밀다심경》을 읊어 그 진수(眞髓)를 여덟자로 새겨두었다.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 참이 빔이며 빔이 곧 참이니라. 있는 것은 없는 것이기도 하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뭇가지 끝에 없던 새싹이 생겼으며, 이 새싹은 자라 가을 어느 날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그 사라짐은 우주공간 태허(太虛)에 존재하는 또다른 형상이다.
나무의 조화신공은 상투적으로 잎 성분인 새싹만을 먼저 내미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분류로는 꽃이 먼저 피는 선화(先花)의 묘법(妙法)을 보여주기도 한다. 매화 꽃, 살구꽃, 앵두나무 꽃, 산수유나무 꽃 같은 나무는 잎보다 꽃을 먼저 새싹으로 내민다. 꽃이 새싹인 셈이다. 조금 더 견디면 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들은 잎을 먼저 새싹으로 내밀며 존재를 증명할 것이다.
새싹은 인간이 감히 흉내낼 수도 따라할 수 없는 '초절정나무고수신공'이다. (뭐, 머리털, 손발톱이 그런 노릇을 한다고 우기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데, 그건 "감동이 없잖아! 이 사람아.")
모름지기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새싹에 경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