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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악/공연

나무할미님

작성자태얼랑|작성시간26.01.06|조회수202 목록 댓글 0

나무할미님

 

ㅡ강병천(태얼랑)

 

나 어릴 적

우리 마을 어귀에는

오백 살 된 고목나무가 있었다

너무 나이가 많아 나무할미라 불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오백 번이나 지냈고

현조 고조 증조 조 대대로 집집마다

온갖 사연들 기억하고 있어

어떤 때는 든든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무섭기도 했다

 

오백 년 전 어린 묘목을 심던

촌장님의 희망도 담겨 있고

만복이 꽃님이 혼인잔치의 즐거움도 담겨 있고

손자 손녀 점지해달라고

오색실 걸어놓고 기도하던

할머니들의 소원도 담겨 있고

남모를 사연에 가슴 앓다가

목매달아 죽은 순이의 슬픔도 담겨 있다

 

순이가 죽던 날은

고목나무는 순이를 보듬고 몸부림을 쳤고

마을 입구 장승들도 밤새 울어 눈이 부르텄고

솟대 위의 오리들도 애가 타서 까맣게 변했다

 

지금도

우리 마을 어귀에는

오백 살 넘은 고목나무가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어안고

늙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나무할미님

그 넓은 품으로

못난 사람들 보듬고 어루만지며

해원굿 씻김굿 하면서

오래 오래 그 마을 지켜주소서

 

추억에 젖어 지나는 나그네

한 자락 오색실에 눈물 담아

새로 난 어린 가지에 걸어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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