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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악/공연

바위도사님

작성자태얼랑|작성시간26.01.06|조회수90 목록 댓글 0

바위도사님

 

ㅡ강병천(태얼랑)

 

나 어릴 적

우리 마을 뒷산에는

천 년도 더 된 바위가 있었다

오랜 세월 좌선하여 바위도사라 불렀다

 

억겁의 세월 속에

용암이 굳어 바위산이 되고

비 바람 열기 냉기로 부서지고 구르다가

어느때인가 마을 뒷산 터줏대감이 되어

세상 내려다보며 어스대기 시작했다

 

환인 환웅 단군할배 때에는

오곡 백과 올려놓고 하늘제사도 지냈고

나라 지키는 사내들이 무예도 겨뤘다

 

호란 왜란 상잔 때에는

수없이 죽어나간 장정들을 천도하느라

홀로 된 아낙들의 사무친 통곡소리에

머리도 깨지고 가슴도 패이고

한쪽 어깨는 금이 가서 떨어져나가고

그러다가 바위는 그만 도사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우리 마을 뒷산에는

천 년도 훨씬 넘은 바위가 있다

온 몸 구석 구석 역사를 새겨 안고

도사처럼 마을을 굽어보고 있지만

오랜 세월 제사밥을 받아먹어

사람들에게 빚이 많다

 

바위도사님

그 깊은 내공으로

세상사 온갖 환란

녹여내고 정화하면서

오래 오래 그 마을 지켜주소서

 

Nowhere I am 읊조리며 지나는 나그네

한 덩이 돌멩이에 그 마음 담아

바위도사 어깨 위에 올려놓고 갑니다

 

저만치 옆에

자기에게는 제사도 안지내준다며

배고프다고 투덜대는 작은 바위 위에도

돌멩이 하나 얹어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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