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5: Emotional Impartiality of a Leader— Heaven and Earth Are Impartial
작성자여명의북소리작성시간26.06.05조회수26 목록 댓글 0Ch.5: Emotional Impartiality of a Leader— Heaven and Earth Are Impartial
https://youtu.be/NzO6Q3W11R8?si=sBP1bCAH4D5GtaKK
天地不仁,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以百姓爲芻狗。
天地之間,其猶橐籥乎。
虛而不屈,動而愈出。
多言數窮,不如守中。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성인불인 이백성위추구.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다언삭궁 불여수중.
1936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팔레스타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텔아비브에 도착했다. 나치즘과 파시즘에 맞서 유럽 무대를 스스로 떠난 그가 유럽을 탈출한 유대인 음악가들로 구성된 이 악단의 창단 공연을 맡기로 한 것이었다. 처음 이틀간의 리허설에서 토스카니니는 단원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연주는 훌륭했고, 새 출발을 앞둔 감격 속에 단원들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사흘째 리허설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떤 악구에서 앙상블이 어긋났고, 토스카니니는 순식간에 불같이 일어났다. 지휘봉을 내려치고, 목소리를 높이고,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의 악명 높은 폭발이었다. 그러자 단원들 사이에서 묘한 반응이 나타났다. 그들은 안도했다. 토스카니니가 처음 이틀 동안 자신들에게만 유독 친절했을 때, 단원들은 불안했다. 혹시 그가 자신들을 전쟁을 피해 온 난민으로, 연민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어떤 오케스트라에게도 했던 것처럼 화를 내며 다그쳤을 때, 그들은 비로소 자신들이 진정한 음악가로 대우받고 있음을 느꼈다. 동등하게, 편견 없이, 음악 앞에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노자는 말한다.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 하늘과 땅은 인자하지 않아 만물을 풀강아지처럼 대한다. 여기서 추구(芻狗)는 제사에 쓰이는 풀로 만든 개인형으로, 제사 전에는 정성껏 다루어지다가 제사가 끝나면 아무렇지 않게 태워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냉혹함의 비유가 아니다. 하늘은 착한 사람의 밭에만 비를 내리지 않는다. 태양은 권력자의 마당만 비추지 않는다. 만물에게 차별 없이, 감정 없이, 사사로운 편애 없이 작용하는 대자연의 원리. 노자가 말하는 불인(不仁)은 냉정함이 아니라 공평함의 다른 이름이다.
토스카니니는 이 원리를 지휘대에서 평생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의 리허설이 두렵기로 악명 높았던 것은 그가 잔인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누구도 예외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석 연주자든 후미에 앉은 단원이든, 세계적인 독주자든 이제 막 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신입이든, 악보가 요구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면 똑같이 다시 하도록 요구받았다. 반대로 잘 된 연주에는 지위와 관계없이 같은 감탄을 보냈다. 단원들이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끝까지 그의 곁에서 연주하기를 원했던 것은 그 공평함 때문이었다. 토스카니니의 기준 앞에서 무대는 완벽하게 평등했다.
성인불인(聖人不仁), 이백성위추구(以百姓爲芻狗). 노자는 천지의 원리를 지도자에게 그대로 적용한다. 뛰어난 리더는 구성원을 풀강아지처럼 대한다. 이것은 구성원을 하찮게 여기라는 말이 아니다. 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풀강아지는 더없이 정성스럽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감정적 편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역할과 맥락에 충실한 대우이듯, 리더 역시 개인적 친소 관계나 감정의 기울기가 아니라 일의 본질을 기준으로 모든 구성원을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영 현장에서 리더의 감정적 편향이 만들어내는 균열은 소리 없이 깊다. 리더가 특정 구성원에게 유독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특정 팀의 성과에 유독 관대하며,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순간부터 조직의 에너지는 일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리더의 기분을 읽는 것, 리더의 선호를 파악하는 것, 리더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인 생존 전략이 된다. 성과보다 관계가 더 중요한 조직에서 진짜 능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레이 달리오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직면한 경영자였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창업한 그는 자신의 경영 원칙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아이디어 능력주의(Idea Meritocracy). 어떤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은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의 직급이나 리더와의 친밀도가 아니라, 오직 그 아이디어의 질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원칙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그가 도입한 장치가 '극단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이었다. 브리지워터에서는 거의 모든 회의가 녹화되어 직원들에게 공개되었고, 의사결정의 근거가 문서화되었으며, 성과 평가 결과도 투명하게 공유되었다. 정보의 비대칭이 사라지면 편애가 자랄 토양도 사라진다는 것이 달리오의 판단이었다. 투명성은 조작과 편향이 번성하도록 허용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제거한다.
달리오에게 비판의 화살도 날아왔다. 직원의 실수가 전 구성원에게 공개되고, 동료가 동료를 공개 평가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달리오의 논리는 일관되었다. 리더의 감정이 개입될 여지를 시스템 자체에서 걷어내지 않으면, 어떤 조직도 진정한 실력 기반의 문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급진적 진실과 급진적 투명성은 진정한 아이디어 능력주의의 근본이다. 천지가 감정 없이 만물에게 비를 내리듯, 조직의 시스템 역시 감정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달리오는 그것을 경영의 자연법으로 삼았다.
마에스트로 넥서스 랩에서 나는 리더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 팀에서 누군가의 실수는 개인적인 문제가 되고, 다른 누군가의 같은 실수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까. 당신이 직접 채용한 사람의 아이디어는 다른 경로로 채용된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더 쉽게 채택되지 않습니까. 당신이 퇴근 후 술자리를 함께 하는 팀원과 그렇지 않은 팀원의 사기가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대개 리더들은 잠시 침묵한다. 그들은 자신이 공평하다고 믿어왔지만, 질문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온 감정적 서열의 지도를 마주하게 된다.
이 편향은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힘들어하는 팀원을 더 배려하고 싶고, 노력하는 사람을 더 인정해 주고 싶고, 비전을 공유하는 동료에게 더 기회를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노자가 불인(不仁)을 강조한 것은 이 인지상정의 온기가 오히려 조직의 공기를 불균등하게 만든다는 역설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인자함이 특정 방향을 향할 때, 그 인자함이 닿지 않는 곳에는 냉기가 생긴다. 리더가 의도한 온기가 다른 구성원들에게는 소외의 한기로 느껴진다.
천지지간 기유탁약호(天地之間 其猶橐籥乎). 하늘과 땅 사이는 마치 풀무와 같구나. 허이불굴(虛而不屈), 동이유출(動而愈出). 비어있으되 꺾이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 많이 나온다. 풀무는 비어있기 때문에 공기를 담을 수 있고, 그 담은 공기를 불꽃을 향해 쏘아 올린다. 편향 없는 리더십이 이와 같다. 리더가 감정적 선호를 비워낼수록 조직의 에너지는 더 고르게, 더 강하게 흐른다.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진 리더의 감정이 일부 구성원의 잠재력을 막는 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공평한 시선이 풀무처럼 모든 방향에서 바람을 일으킨다.
이것이 말로는 쉽고 실천은 어려운 이유는, 감정의 공평함이 감정의 부재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스카니니는 냉정한 기계가 아니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격렬했고, 단원들에 대한 그의 관심은 진심이었다. 달리오 역시 구성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원했다. 그들이 추구한 것은 감정의 제거가 아니라 감정의 방향성 관리였다. 개인에 대한 사적인 선호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혹은 조직의 목표라는 더 큰 대의를 향해 감정이 고르게 흐르도록 하는 것.
다언삭궁(多言數窮), 불여수중(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자주 궁하게 되니, 중심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공평함을 말로 선언하는 것은 쉽다. 공평하다고 말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그 말 뒤에 숨겨진 실제를 더 예민하게 감지한다. 공평함은 선언이 아니라 매일의 행동으로 쌓이는 것이다. 누구의 아이디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누구의 실수를 어떻게 다루는가. 어떤 성과를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는가. 그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이 모여 구성원들이 느끼는 조직의 온도가 결정된다.
포디움에서 마에스트로가 첫 박을 긋는 순간, 모든 단원은 지휘자의 눈이 자신에게도 동등하게 열려있는지를 느낀다. 그 평등한 눈빛이 확인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단원들은 지휘자의 눈치가 아닌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경영자의 공평함도 이와 같다. 리더의 감정적 저울이 기울지 않는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몸으로 느낄 때, 그들은 비로소 리더의 기분을 관리하는 일을 멈추고 일 자체에 온전히 헌신할 수 있게 된다.
하늘은 묻지 않는다. 이 땅이 선한 자의 것인지, 권력 있는 자의 것인지. 그냥 비를 내린다. 경영자의 공평함이 이와 같을 때, 조직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강한 토양이 된다.
정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