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의 향기
石田 김경배
꽃은
피어 있으면서도
피었다 말하지 않는다
강물은
흐르면서도
흐른다 말하지 않는다
산은
높이 있으면서도
높음을 모른다
하늘은
넓으면서도
넓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 또한
비워질수록 깊어진다
한 움큼의 욕심을 놓으니
한 줄기 바람이 들어오고
한 생각의 집착을 놓으니
온 하늘이 열린다
새 한 마리
가지 끝에 앉아
저녁 노을을 바라본다
노을은 붉고
산은 고요하다
고요함 속에 머문 마음은
이미 길을 얻었다
찾으려 하지 않아도
길은 늘 그 자리에 있었고
얻으려 하지 않아도
삶은 이미 충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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